등록 : 2012.10.15 19:29
수정 : 2012.10.15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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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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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대법원의 유죄 판결로 교육감직을 잃고 지금 수감중이다. 그와 나의 인연은 조금 독특하다. 일면식이 없던 그와 나는 우연히 인사동에서 자리를 같이하게 되어, 교육감 후보로 나오게 됐다는 말에 교육에 대해 7시간을 이야기한 결과 당선 후 혁신학교 자문위원장으로 돕게 됐다.
물론 국·영·수 위주의 경쟁교육에서 문·예·체 위주의 자기 꿈을 찾아주는 협력교육으로 방향을 잡은 혁신학교는 2년이 지난 지금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싶어하고, 전체 분위기가 따스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2억원 사건’은 충격이었고 황당한 사건이었다. 사람이란 그의 말보단 결국 그의 됨됨이를 보고 판단하게 되는 모양이다. 그의 진실성과 순수성을 알고 있기에 관심있게 얘기를 들었으며, 재판 과정을 지켜본 결과 너무도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알려지긴 했지만 간략한 스토리는 이렇다.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의 후보단일화가 절실했다. 진보진영에서 압박을 가하고 박명기 후보가 완주하지 못한 채 사퇴했다. 곽 후보는 교육감이 되었고 선거비용 35억원을 보전받았으나, 박 후보는 빚에 몰려 자살까지 생각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곽 교육감의 친구 강경선 교수는 지금 상황에 몇 천만원으로는 안 되니 통 크게 돕자 하고, 한 측근은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안 된다고 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나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결국 곽 교육감은 사람의 도리를 외면할 수 없다며 도와주었고 지금의 결과에 이르렀다.
물론 1, 2심 재판 과정에서 곽 교육감은 측근들의 사전합의를 사전에 몰랐으며, 2억원은 ‘선의의 부조’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이런 형을 받게 된 이유는 공직선거법 제232조 1항2호 때문이다. 이른바 ‘사후매수죄’, 사전합의가 없어도 사후에 돈이나 직을 주면 그 행위를 후보 사퇴에 대한 대가로 보고 처벌한다는 것이다.
얼핏 보기엔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여기엔 커다란 문제점이 있다. 이렇게 되면 후보단일화는 불가능해진다. 단일화를 한다는 것은 반드시 사퇴한 쪽이 생기게 되어 있는데, 그쪽은 전혀 선거비용을 보전할 방법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에선 버락 오바마가 사퇴한 힐러리 클린턴에게 선거비용을 보전해주었고, 유럽도 아프리카의 봉고도 그렇게 한다. 우리나라도 정당 내부에서는 가능하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는 정당 선거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법이 있는가?
지구상에 사후매수죄가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일본은 46년 전부터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는 사문화된 법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번에 처음 적용되고 있다. 오죽하면 변호사들에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판사’로 뽑힌 1심 재판장 김형두 판사가 이 법이 위헌요소가 많으니 헌법소원을 꼭 하라고 권했겠는가. 앞으로 선거에서 후보단일화가 진행될 경우 반드시 일어나게 될 일이기도 하며, 모두가 탈법적으로 음성화될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하다.
피선거권자에게는 정책연합, 선거연합의 자유가 있다. 그리고 그 실현으로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진다. 지금 이 법은 후보를 단일화할 자유와 권리를 현저히 침해하고 있다. 돈이 없는 후보는 사퇴도 할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이 법이 위헌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정당 내부에서는 죄가 아닌데 외부는 죄가 되므로 차별이 있고, 공소시효도 ‘돈을 건넨 행위가 발생한 날’로부터 6개월 뒤 만료되므로 10년 뒤든 50년 뒤든 돈을 주면 무조건 위법으로 기소할 수 있다. 국민의 상식적 관계에 영원히 제한을 가하는 점도 마찬가지다.
또한 선의의 행동에 죄를 물어 냉혹한 사회를 만드는 법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나라 헌법이 인간다움과 따스함을 보호하는 헌법이 되어주길 바라고 있다. 이번 기회가 이 사건을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헌법재판소의 숙고를 기대한다. 만일 위헌일 경우, 12·19 재선거가 지나고 나면 두명의 교육감이 탄생할 수도 있으므로 가급적 이른 시일에 판단해주길 바란다.
박재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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