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0.17 19:26
수정 : 2012.10.17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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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배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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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가 <문화방송>(MBC) 지분 30%와 <부산일보> 지분 100%를 매각해 거기서 얻어질 기천억원을 복지사업에 쓰겠다고 하여 난리가 났다. 왜 난리인가. 우선은 그 정수장학회를 박근혜 대선 후보가 뒤에서 조종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공영방송의 주식을 민간에 매각한다는 것이며, 셋째는 부산·경남지역 대학생과 난치병 환자 치료 등에 지원한다는 것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산인 정수장학회를 박근혜가 물려받은 것은 천하가 다 안다. 박근혜가 이사장을 하든 대리인을 앉히든, 장학회와 난 무관하다고 외쳐본들 그게 박근혜의 것이란 사실엔 변함이 없다.
박 후보가 그 장학재단과 무관하려면 여러 말이 필요없다. 딱 한마디만 하면 ‘독재의 그늘’ 정수장학회 문제에서 깨끗이 벗어날 수 있다. 장학회를 국가에 헌납한다, 혹은 본래 주인인 김지태씨 유족에게 돌려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 말을 못하는 박근혜가 과연 대통령 깜냥인가, 이런 회의가 부산·경남지역 민심이반의 핵심이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그러니까 장학재단이 주식을 처분한 6000억원으로 부산·경남지역 젊은이들의 장학금과 환자 치료비 등으로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선심성’ 계산이 지저분한 꼼수로 읽히는 것이다.
정수장학회가 김지태의 재산을 강탈한 장물인지 여부를 다투는 법적 문제가 아니라, 이번에는 부산일보와 엠비시의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려고 엠비시 책임자와 비밀회동을 했음이 <한겨레>의 보도로 폭로되었다. 엠비시의 30% 주식지분을 장학회가 소유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것을 민간에 매각할 권리는 없다. 왜냐하면 법적으로 엠비시는 엄연히 공영방송이기 때문이다.
공영방송 엠비시의 법적 의미는 방송의 주인이 시청자인 국민이고, 그래서 그 위상을 민영으로 바꾸려면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즉 대의기구인 국회의 방송 입법이 먼저라는 얘기다. 따라서 정수장학회가 그 지분을 민간에 파는 것은 엠비시의 공영적 경영, 편성과 편집 그리고 보도 등 언론권에 대한 도전이요 훼손이다. 이는 곧 위헌적 범법행위가 되는 것이다.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의해 선임된 엠비시의 사장도, 30% 지분 소유자인 정수장학회도, 그리고 그 이사장도, 장학회 실소유주인 박근혜 후보도 공영방송인 엠비시를 민영화할 권한이 없다. 민영화 방송 입법이 마련될 때까지는.
170일에 이르는 장기 파업과 방송 파행을 겪고 그 후유증이 심각한 이 시점에서 엠비시의 민영화나 공영 유지는 여야 대선후보들의 미디어 정책 공약으로 토론돼야 할 중차대한 문제다. 엠비시와 같은 거대 언론의 파행과 고장은 한국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유력한 대선후보인 박근혜는 특히 이 이슈에 매여 있다. 청와대 시절부터 부모의 개인비서를 하던 사람을 정수장학회의 이사장으로 수십년 동안 앉혀놓고도, “정수장학회와 나는 무관하다”고 오리발을 내밀 수는 없다. 새달부터 대선후보의 티브이토론이 본격화되는데, 박 후보가 오리발로 토론에 이길 수는 없겠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박 후보는 오히려 그 장학회의 그림자놀음에 한데 섞여 들어가 같이 춤추고 있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주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대통령을 하겠다면 5·16 쿠데타와 유신독재를 잘못이라고 고백했듯이, 정수장학회도 국가 아니면 원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바른 선택이다.
방정배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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