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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24 19:30 수정 : 2012.10.25 15:41

박숙현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위원

북반구에 살고 있는 우리에겐 곧 찬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이지만 남반구는 이제 여름을 맞게 된다. 남쪽을 향해 길을 떠나야 할 사람들이 장보고 기지 건설 관계자나 세종기지의 연구자들만은 아니다. 남빙양에서 어업을 하는 사람들도 이제 장비를 챙기고 어선을 정비한다.

남빙양에서 어업을 하는 12개 국가 중 어업권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총 11개 국내 선박이 어업권을 가지고 주로 크릴이나 오징어, 메로라 불리는 이빨고기 조업을 하는데, 그 어획량도 단연 많을 수밖에 없다. 2011년의 경우 전체 어업량 순위에서 3위, 이빨고기의 경우 노르웨이 다음으로 많은 생산량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수산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남빙양에서는 더 많은 수확을 거두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남빙양의 어족자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남빙양의 어족자원에 대한 조사는 여전히 진행중일 뿐이다. 특히 이빨고기의 생애주기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고, 총 개체수 역시 아직 제대로 추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렇기에 어업생산을 자제하고 사전예방 접근법으로 이를 관리해야 한다고 과학자들과 환경단체들은 권고한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채 진행중인 사안에 대해서도 환경적 위험이 존재할 경우 개발을 자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남극이 인류 공동의 재산으로 관리되듯 남극 주변 해역 역시 공동 관리되고 있다.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가 이를 담당하고 있으며, 지금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남단, 태즈메이니아의 호바트시는 과학위원회 회의와 조약국들의 연례회의로 열기가 뜨겁다.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는 유럽연합(EU)과 24개 조약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과학조사를 근거로 이듬해의 어업량을 설정하고, 어업권을 가진 어선들이 규정을 잘 지켰는지 보고하고, 지속가능한 생산을 거두기 위해서 어떤 보존조처를 취해야 하는지 등을 결정한다. 우리나라의 인성실업은 지난 4년간 반복적으로 규정을 위반해 지난해 블랙리스트에 등재될 위기에 처했지만, 세계인의 비난 속에서도 업계를 두둔한 정부 대표단 덕분에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 바 있다. 당시 한 기업을 구하긴 했지만 나라 전체가 국제사회에서 요주의 관찰 대상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외교통상부는 농림수산식품부의 원양정책과와 원양업계만을 동반한 채 정부 대표단을 꾸렸다. 핵심 쟁점인 해양보호구역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인데도 이를 담당하는 국토해양부의 해양정책과나 환경부의 국제협력과와는 논의가 없었다. 특히 수석대표는 보존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비정부기구의 자문역할 역시 거절했다.

이러한 대표단이 가져올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2014년까지 해양보호구역 설정을 결정해야 할 상황이므로 국제 환경단체들의 관심은 더욱 커질 것이고, 보전을 고려하지 않는 단기적 이익에 집착한 원양업계나 합리적 이용이라는 허울 아래 불법어업의 뒤를 봐주는 정부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이제 남극에 제2기지를 건설할 만큼 남극에 대한 관심과 기술, 국가 역량도 커졌다. 기후변화에 따른 녹색기후기금도 유치하여 선진국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는 마당에, 기후변화와 상업조업에 의해 파괴되어가고 있는 인류 공동의 바다에 대한민국이라는 국기를 달고 계속해서 파괴의 그물을 던져야 할지 생각해볼 일이다.

박숙현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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