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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1.20 19:17 수정 : 2012.11.20 19:17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

이명박 정부는 가뭄과 홍수를 막고 물을 깨끗하게 하겠다면서 4대강 공사를 벌였다. 그러나 올해 기상관측 이래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 물은 많이 모아 두었지만 가뭄은 산간지역이나 연안과 도서지역에서 나는데 그 물을 보내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본류에 수많은 댐을 쌓아 수위를 올리자 지천들이 넘쳐서 둑들이 터지고 농경지들이 침수되었다. 지하수위가 오르면서 심지어는 가뭄 중에도 농지들이 물에 잠겼다. 상류에다 댐을 지어 물을 가두고 홍수를 막는 것은 더러 하는 일이지만, 강 하류에다 댐을 지어 수위를 올려놓고 홍수를 막는다는 것은 동서고금에 없던 일이다. 그리고 4대강에 걸쭉하게 녹조가 번져 ‘녹차라테’가 만들어졌고, 금강과 낙동강의 본류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낙동강 바닥을 수중촬영한 것을 보면 온갖 찌꺼기로 더럽기 짝이 없고 탁해서 앞을 볼 수가 없다. 비가 올 때마다 오염은 강바닥에 쌓였고, 녹조를 없애느라고 녹조제거제를 많이 뿌렸는데 녹조를 없앤 것이 아니고 그것도 다 강바닥에 가라앉힌 것이다. 정부는 ‘미스터리’라고 발표했지만 국민들은 4대강 사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 이 오염물은 계속 쌓일 것이고 해가 갈수록 수질오염은 악화될 것이다.

자전거도로니 수변공원이니 이런 것들을 만드느라고 여의도의 30배 가까운 농지가 사라졌고 또 강변에 ‘농지 리모델링’을 받은 땅들은 농사가 아니라 개발 기대에 부풀어 땅값이 몇 배씩 껑충 뛰었다. 그리고 식량자급률이 2008년 25%대에서 작년에 22%대로 떨어졌고 쌀 자급률도 100%에서 83%로 떨어졌다. 작년과 올해 상추를 비롯한 채소 값이 급등했다. 이것도 다 4대강 사업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얼마 전에 서울의 한 쌈밥정식 집에 갔더니 딱 상추 잎사귀 두 장과 깻잎 두 장이 나와서 웃은 적이 있는데, 4대강 사업으로 팔당에서 더 이상 채소가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4대강 사업은 유지관리하기가 어렵다. 강바닥에 퇴적물은 계속 쌓이고, 강둑은 계속 무너지고 있다. 댐은 암반 위에 세운다는 상식을 깨고 모래 위에 세운 댐들은 밑으로 물이 새면서 모래가 빠지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정부는 ‘보’라고 이름을 붙이고 ‘보’에 맞게 설계와 시공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제 대형댐 위원회의 기준을 따르면, 높이가 5m 이상 되고 저류량이 300만t 이상이면 ‘대형 댐’이다. 참고로, 함안댐은 높이가 13.2m에 저류량은 1억2700만t에 이르는 대형 댐이다. 강변공원과 자전거도로와 체육시설과 16개의 댐을 유지관리하는 데에는 해마다 6000억원 가까운 돈이 들 것으로 대한하천학회가 계산한 바 있다. 그리고 강바닥에 쌓이는 퇴적물을 준설하는 데에는 또 1조원의 돈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한강의 신곡수중보와 잠실수중보에 퇴적되는 모래를 준설하는 데만 해도 매년 45억원 가까운 돈이 든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천들이 무너지고 있어서 정부는 15조원의 예산을 들여서 지류를 정비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무너지는 지천들을 방치할 수 없어서 정비는 계속되고 있다.

낙동강에 400개 가까운 지점의 강바닥을 조사했는데, 설계도면대로 바닥이 준설되어 있는 곳은 하나도 없고 대개 50% 이상, 많게는 75% 가까이 강바닥이 높아져 있다. 우리는 이것이 모두 모래가 다시 쌓여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설계도면대로 준설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공사비를 속이고 빼낸 그 엄청난 돈이 다 어디로 빠졌다는 말인가? 전국건설노동조합은 4대강 공사비 22조원 중 건설기계임대료 9조원이 건설회사에 부당이익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고, 경실련은 6조원의 사업을 22조원으로 부풀렸다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마디로 4대강 사업은 역사 이래 최대의 비리로 의심을 받는 사업이고 우리 국토에 저지른 최악의 범죄이다. 다음 정부는 반드시 4대강 사업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고 잘못을 바로잡아 우리의 앞날에 희망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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