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1.21 19:23
수정 : 2012.11.21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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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준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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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과열경쟁과 사교육비, 대학 서열화 등 고질적 병폐를 해결하려면 대학체제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 현재의 대학 체제 안에서는 그 어떤 교육개혁도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이에 2+2 대학개혁안을 제안하고 싶다.
통상 4년인 대학 교육기간을 ‘2+2’로 나누어, 전기 2년은 전공 ‘기초’와 직업교육을 위한 ‘실용’ 교육을 제공하고, 후기 2년은 전공심화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우선 모든 대학 진학자는 예외 없이 2년제 기초실용대학에 입학하게 한다. 기초실용대학은 인문사회·이공·예체능 계열로 나눈다. 학생들은 여러 계열 전공과목을 자유롭게 수강하고 다양한 직업교육과정 중 최소 하나 이상을 이수할 수 있게 해, 졸업 후 곧바로 취업하거나, 전공심화과정을 제공하는 전공심화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한다.
기초실용대학 입시는 최대한 단순화해 내신과 자격시험 성격의 수능 및 면접으로 사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정부는 모든 기초실용대학이 목표수준 이상의 전공기초 및 직업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관리·감독하고, 전공심화과정 입학이나 취업을 위한 원서에는 출신 기초실용대학을 밝히지 못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기초실용대학의 서열화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고 실력 위주의 입시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함이다. 이렇게 하면 학생들은 굳이 서울 등 대도시로 몰릴 필요가 없다. 오히려 좋은 성적을 받기에 유리한 대학으로 우수 학생들이 분산돼 대학 사이의 평준화가 촉진될 것이다. 그것이 이른바 명문대의 전공심화과정 입학에도 유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초실용대학에 인문사회계와 이공계열 등을 병설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문·이과 간 경계를 넘나들며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전공별 필수과목을 최소화해 학생들이 다양한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복수전공을 권장하는 동시에 충분한 직업교육도 받을 수 있게 한다. 실질적인 전공소양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1년 4학기제를 실시해 방학 기간을 최소화하고, 주간에는 주로 전공기초과목을, 야간에는 직업교육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이 전공기초과목과 직업교육을 위한 실용과목을 동시에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초실용대학 간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해 거주지에 가까운 기초실용대학에서 취득한 학점을 자기가 소속된 기초실용대학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할 필요도 있다.
우선 현행 전문대학들을 기초실용대학으로 전환하고, 지금의 4년제 대학도 원할 경우 기초실용대학 인가를 내주어 1·2학년 과정의 기초실용대학을 운영할 수 있게 한다. 차별을 없애기 위해 기초실용대학이 아닌 다른 형태의 1·2학년 과정은 불허한다. 기초실용대학 과정을 설치하지 않고, 전공심화과정(현행 대학 3·4학년 과정)과 대학원 과정만 운영하는 대학원 중심의 전공심화대학도 가능한데, 이런 대학들은 기초실용대학 졸업자들 중에서 신입생들을 뽑으면 된다. 선발 과정에서 전공 관련 과목 학점 이수 여부와 성적, 관련 수상 실적 및 연구 실적(학생중심학술지 논문게재 실적)과 면접만으로 학생들을 뽑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대학의 선택에 따라 논술형 전공 시험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기초실용대학은 재교육 및 평생교육 기관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수용능력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새로운 전공이나 직업교육을 원하는 졸업생이나 시민들에게 수강 기회를 열어준다면 전문성을 갖춘 평생교육기관의 기능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광준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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