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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2.20 02:22 수정 : 2012.12.20 08:58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준비 없이 뉴타운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이 되었다. 당시, 이 시장은, ‘광역개발을 통해 서울 강북지역을 서울 강남과 같이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말만 들어서는, 누가 뉴타운을 반대하랴 싶다. 제18대 총선 때는 너도나도 뉴타운으로 지정해 주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그러나 지금은 전세난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을 뿐 아니라, 수도권의 경우에는 버거운 분담금으로 인해 재정착률이 20% 미만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실패한 정책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김문수 경기도 지사와 김황식 총리 역시 실패한 정책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그런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뉴타운 사업이 잘못됐다고 인정하고도 막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사용비용’(매몰비용) 때문에 그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사업이 계속될수록 추가 분담금을 감당할 수 없어 쫓겨나는 영세 원주민은 늘어날 것이며, 추가 분담금 자체도 계속 불어날 것으로 예측돼 사업 찬반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어떻게든 사업을 추진하다가 추가 분담금 액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관리처분 단계에 이르러 사업을 중단하는, 그래서 사회적 비용과 갈등이 더욱 늘어나게 될 가능성마저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잘못된 정책은 고쳐야 한다. 더구나 뉴타운 사업은 그로 인해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주요 후보들은 모두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과거 정책의 잘못을 고치지 않고 어떻게 미래를 꿈꿀 수 있겠는가? 본인들이 원해서 뉴타운 사업을 시작하였으니, 책임도 당사자들 몫일 뿐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사업의 시작과 진행 과정의 책임을 따져서 앞으로 비슷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뉴타운 사업이 계속될수록 우리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들은 점점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서울에 미분양 주택이 3700여채에 이른다고 하는데, 뉴타운 사업이 애초 계획대로 모두 진행된다고 하면 앞으로 쏟아져 나올 미분양 아파트 문제와 과다한 추가 분담금의 부담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두 뉴타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다행히, 최근 몇 년 사이에 뉴타운·재개발의 문제점이 공론화되어 사업을 중단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었다. 즉 주민 과반수의 동의로 추진위원회와 조합을 해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의 힘만으로 과반수 주민들로부터 해산동의서를 받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미 사용한 매몰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을 우려한 시공사와 조합 임원의 방해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각 자치단체에서는 최소한 주민들이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사업의 계속 추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정확한 실태조사 결과를 통지하고, 사업 중단과 관련하여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또한 주민들의 과반수가 과도한 분담금 등을 이유로 사업 중단에 동의한 구역에 대해서는 엄격한 검증을 거쳐 그동안 사용한 비용을 국가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정부에서 뉴타운 사업의 모든 뒤처리를 자치단체에만 전가하고 있는데, 자치단체의 부족한 예산으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감히 방향을 전환해 뉴타운 질곡에서 벗어나게 해야 할 때다.

김남주 변호사·참여연대 민생 희망본부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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