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01.21 19:35 수정 : 2013.01.21 19:35

김선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이 연일 화제다. 과거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등의 기능이 합쳐진 거대 부서이고 차기 정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이해당사자들 간에 갈등과 견제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원래 의도했던 바와 같이 미래의 삶과 경제에서 과학기술이 핵심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현실과 핵심 이슈들을 정확히 파악해야만 한다.

중요하게 인식해야 할 점은, 과학기술에는 매우 다양한 분야가 존재하며, 분야마다 우리나라가 도달해 있는 수준이 크게 다르므로 각각의 현실에 맞춰 전략과 실행계획이 수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잘하고 있는 아이티(IT), 조선, 자동차 등에서는 세계 1위를 유지하거나 진입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창의적인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어야 한다. 반면, 미래의 거대산업으로 부각되는 바이오 분야에서 대한민국은 세계적 수준의 성공사례가 전혀 없어서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의 위치에도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결국 키우고자 하는 부문별로 그에 맞는 정책과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과학기술은 실생활 적용 여부에 따라 기초와 응용/실용화 연구 분야로 나눌 수 있다. 문제는 기초와 응용 간에 심각한 노선 갈등이 존재하고, 이는 교육과 예산 배분에서 상당한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기초과학 없이 미래가 없다고 주장하고, 어떤 이는 기초의 비실용성과 장기성을 지적한다. 문제의 핵심은 기초과학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냐가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의미 있는 기초연구를 발굴하여 지원하느냐다.

지난 십수년 동안 우리나라 기초과학 분야에서 성과 평가의 가장 중요한 지표는 영향지수가 큰 국제학술지에 발표하는 논문의 건수였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나온 논문들이 과학계의 오래된 숙제를 해결하거나 획기적인 발견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여 학계나 시장의 판도를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는 수준의 성과였느냐는 것이다. 이제는 어느 학술지에 논문이 실렸느냐가 아니라, 그 논문의 학문적 혹은 실용적 가치가 얼마나 되는냐를 면밀하게 따지고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초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 때문에 그 효과는 한참 지난 후에나 나타난다는 주장도 있다. 중요한 것은 20년 후에라도 지식으로서의 가치나 실용 가능성이 있을 만한 연구를 하느냐다. 기초과학 정책에서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은 우리와 같이 제한된 자원을 가진 국가에서 의미 있는 연구 주제를 찾아내고, 연구자의 능력이나 잠재력을 정확히 평가하여 발굴하는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미래산업에서 서로 다른 분야들의 융합은 성공의 필수조건이다. 자동차나 로봇은 철로 만든 기구가 아니라 70% 이상이 아이티 요소를 가진 융합 제품이다. 조선업이 돌파구로 삼으려는 해상공장 건설의 핵심은 거대하고 복잡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소프트웨어이다. 의료기기나 신약 개발은 과학, 공학, 약학, 의학, 정보학, 디자인 등 수많은 분야 간의 융·복합을 통해서만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학계가 분야별 이기주의와 주도권 싸움이 심한 탓에 진정한 의미에서의 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과학기술계가 융·복합과 협업 체계를 스스로 갖추기 어려울 정도로 분열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정부가 융·복합의 중개자 역할을 해야만 할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비전과 목표를 확고히 설정해야 한다. 낭비적 관행과 전문가들의 집단 이기주의를 극복하면서, 분야별로 맞춤형 정책을 만들고 투자 우선순위와 그 비중을 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이해당사자들의 갈등과 충돌은 필연적이다. 정책 입안자들은 전문성으로 무장하고, 조정자로서 중심을 확고히 가지고 미래 10년을 설계해야 한다.

김선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기고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