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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1.30 19:20 수정 : 2013.01.30 19:20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 커뮤니케이션 교수

미래창조과학부가 닻을 올리기도 전부터 표류하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가 국회로 송부했다는 미래부의 기능과 역할로는 미래부가 속 빈 강정으로 변해버릴 것이다. 자칫 방송통신위원회와 우정사업본부의 업무를 맡기려고 애써 만들었던 장관급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원자력안전위원회를 해체해버리는 황당한 형국이 될 수도 있다. 과학기술을 국정 운영의 중심에 두고, 창조경제가 요구하는 새로운 기술·시장·일자리를 창출하는 부처를 만들겠다는 당선인의 의지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

기초·원천과 산업기술 사이의 단절을 해소해서 연구개발 성과가 창업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전주기적 관리가 미래부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교과부가 틀어쥐고 있는 대학의 기초연구와 산학협력 업무가 꼭 필요하다. 기초연구와 산학협력 업무가 교과부로 이관되면서 과학지식 증진이나 일자리 창출보다는 두뇌한국21(BK21)이나 세계수준연구중심대학(WCU)처럼 대학의 구조조정과 제도개선을 유도하는 정책수단으로 변질되어버린 현실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일반적인 대학 지원 업무와 대학에서의 기초연구 지원 업무는 분명하게 구별해야 한다.

지식경제부의 산업화 기술 개발, 기술이전, 신성장 동력 개발 업무도 미래부로 이관해야 한다. 기초·원천과 단절된 산업화 기술 개발이나 기술이전 노력은 실효성이 없는 것이다. 신성장동력 개발 사업도 대기업에 대한 무의미한 지원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당선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들의 업무영역은 절대 내놓을 수 없다는 지경부의 얄팍한 부처이기주의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 지경부는 중소기업에 대한 산업정책과 위기에 빠진 에너지정책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마땅하다.

원자력 업무에 대한 깊은 고민도 필요하다. 미래 성장동력의 원천인 원자력 분야의 연구개발은 당연히 미래부가 맡아야 한다. 원전 관리 업무만으로도 힘에 겨워 허덕이던 지경부에 원자력은 함부로 넘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독립된 체제로 남겨두는 것이 오히려 더 바람직할 수 있다.

초·중등학교의 수학·과학 교육과 과학기술영재교육도 온전하게 교육부에 남겨두기 어려운 영역이다. 과학기술 시대의 수학·과학과 영재 교육을 극심한 교과이기주의와 보편주의에 매몰된 교육학자들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다. 백걸음을 양보하더라도 수학·과학 교육의 콘텐츠 개발에 과학자가 직접 기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조직개편을 추진하는 인수위의 자세가 지나치게 안이하다는 것이 문제다. 당선인의 정책의지와 조직개편의 방향만 분명하게 제시해주면 관료들이 실무를 알아서 챙겨줄 것이라는 기대는 고질적인 부처이기주의를 고려하지 못한 순진한 발상이다. 과학기술을 국정의 중심에서 밀어내버린 현 정부의 장관이 당선인의 정책의지를 무력화시키려고 애쓰는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물론 5년 전의 인수위가 그랬던 것처럼 인수위가 점령군처럼 행동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조직개편의 실무를 몽땅 관료들에게 맡겨버리는 것이 공약 실천을 추구하는 현명한 자세라고 할 수 없다. 미래부가 정말 필요로 하는 기능과 역할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부처이기주의적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수위가 미래부 설립을 위한 강력한 티에프팀 구성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 커뮤니케이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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