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2.06 19:46
수정 : 2013.02.06 19:46
|
김종근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
20세기 초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가 윌리엄 밴더빌트는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나는 누구를 위해 일한다는 웃기는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 우리는 우리를 위해서 일할 뿐이다”라며 기업은 오로지 이윤만을 추구하면 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요즘도 이러한 의견을 갖고 있는 기업가가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공식적으로 이러한 의견을 표명할 기업가는 없을 것이다.
기업도 엄연히 사회의 구성원이며, 사회 자체가 기업의 생존 기반임을 말하는 것이 이제는 진부한 이야기가 되었다. 기업이 사회구성원으로서 갖게 되는 책임을 소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 부르며, 이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초기 기업이 책임져야 할 대상은 기업의 성과였으며, 일차적으로 해당 기업의 주주였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종업원을 포함한 현재의 사회구성원으로 점차 확대되어 갔다. 최근에는 그 책임의 대상이 더욱 넓어져 미래의 사회구성원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상생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주장을 기반으로 나온 개념이 ‘지속가능한 개발’이며, 최근에는 경영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지속가능경영’이라는 개념이 이슈화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은 기업들이 전통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매출과 이익 등 재무성과뿐 아니라 윤리, 환경, 사회문제 등 비재무성과에 대해서도 함께 고려하는 경영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려는 기법이다.
상생은 함께 삶을 의미한다. 더 인간다운 삶을 뜻한다. 혹자는 기업을 향해 무슨 ‘인간다움’을 논하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기업도 그래야만 할 때가 됐다. 최근 상생에 대한 우리 사회의 우호적인 분위기는 이러한 측면에서 환영할 만하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노력은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2010년 이러한 상생 노력의 일환으로 동반성장위원회가 조직되었다. 다양한 사업들 중 특히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상생을 향한 노력의 구체적인 출발점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이 제도는 사업 초기부터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존재함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견해에 따라서는 대기업 규제 또는 특정 사업주체에 대한 보호장치가 아니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불어 해당 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작년 초에 이뤄진 상생법 개정은 상생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제도 자체의 강제력이 강화되는 데 따른 부작용이 염려되며 이러한 우려를 더욱 크게 하였다.
최근 언론을 통해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도 언급한 것처럼 해당 제도의 강제성보다는 당사자 간의 합의를 우선시하는 것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역할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지만 제도라는 것은 제도 자체보다는 제도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당사자가 해당 제도의 영향력을 좌우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에도 허점은 존재하게 마련이다. 특히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이른바 제도로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의 상생 의지를 표현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편이 더 적합할 것이다. 지금은 제도의 허점만 언급하며 해당 제도를 무력화하는 것보다는 이 제도를 상생의 ‘씨앗’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애정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종근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