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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5.08 19:31 수정 : 2013.05.08 19:33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창조경제에 관한 논의가 뜨겁다. 창조경제의 의미가 애매모호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우리나라가 직면한 저성장과 양극화의 문제를 기존의 발상으로는 풀 수 없고 창조적 발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당분간 백가쟁명식의 논의는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창조경제의 목표가 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는 것 같다.

창조경제가 목표로 하는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인력 수급 미스매치로 인한 25만개의 일자리를 연결하고 그 열 배에 이르는 새 일자리가 창업을 통해 창출되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연구기관의 구실이 매우 중요하지만 현실은 기대에 크게 어긋나 있다.

먼저 인력 수급의 미스매치 문제부터 살펴보자.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갈 수 있는 사람은 대학교 졸업생의 15%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중소기업에 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나 교육기관의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나 지식은 거의 까막눈 수준이다. 싫든 좋든 중소기업에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한다면 수백만 개나 되는 중소기업 중에서 어떤 중소기업이 자신의 미래 설계에 부합되는지 선택 기준에 대한 고민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또 그러한 선택 기준에 입각하여 적어도 5~10개의 중소기업을 발굴하여 탐색하고 도전해보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러한 고민과 노력은 당연히 학교 졸업 전에 학생과 교육기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현실의 학생과 교육기관은 갈 수도 없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취업에 필요한 스펙 쌓기에만 관심을 기울이다가 노동시장에 나오게 된다. 온실에서 황야로 나와 가혹한 취업 현실을 체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중소기업이라도 가야겠다고 여기저기 원서를 내보지만, 준비 안 된 인력은 중소기업도 환영하지 않고 구직자들도 정보가 없다 보니 자신에 맞는 중소기업을 찾기 어렵다. 졸업 전 6개월 동안만이라도 자신에게 맞는 중소기업을 찾는 노력을 학생과 교육기관이 제대로 한다면 이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아도 되고 구인난과 구직난이 병존하는 인력 수급 미스매치의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서도 대학이나 정부 출연 연구소의 구실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창업의 커다란 문제점 중의 하나는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생계형 창업이 많다는 것인데, 대학이나 출연연에는 기술 창업이나 벤처 창업을 할 수 있는 고급 인력이 집중되어 있어 고성장 기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상당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잠재력이 있는 대학이나 연구소의 고급 인력들은 고용 안정성과 온실 속의 연구에만 관심 있을 뿐이고 창업의 모험은 하려 하지 않는다. 미국의 고급 인력들이 대학교수가 되기보다 벤처 창업을 선호하고 독일의 정부 연구소의 고급 인력들이 고용 보장이 안 돼 스핀오프 창업의 모험을 선택하는 것과 대비된다.

창조경제가 일자리 창출을 통해 70%의 고용률을 목표로 한다면 대학 기업이나 연구소 기업을 전면적으로 활성화하고 대학이나 출연연에 대한 지원에서도 창업을 최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인센티브 체계를 획기적으로 혁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렇게 창업 지향적으로 바뀐 대학이나 출연연이 제대로 된 창업 교육도 실시해야 한다. 준비 안 된 창업으로 실패자만 양산하는 현재의 창업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출구 쪽에서 패자 부활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입구 쪽에서 체계적인 창업 훈련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 모든 교육기관에서 창업 훈련을 의무화하고 학력이나 영어보다 창업 훈련이 최고의 스펙으로 인정받는 수준이 되어야만 창조경제와 한국형 ‘창업국가’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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