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5.14 19:11
수정 : 2014.05.1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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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환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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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검찰은 승객 전원 구조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경은 선장의 행방과 승객 규모 파악 등 초보적인 구조행위조차 간과했으며, 해군은 해경의 한마디에 침몰하는 배를 놔두고 돌아갔다. 해경과 해군이 사고 직후 기민하게 구조작업에 나섰더라면 승객들의 희생은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숨진 승객들은 기강이 해이해진 국가 공권력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보는 게 맞다.
참사 보고를 받고도 현장 대신 졸업식에 먼저 참석한 안전행정부 장관, 유족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라면 먹은 교육부 장관, 기념촬영에 급급했던 안전행정부 국장, 청와대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변명과 책임회피로 일관한 국가안보실장,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유족들에게 ‘유감’ 운운하며 유족들을 겁박한 청와대 대변인. 진정성 없는 ‘착석 사과’로 유족들의 가슴을 쥐어뜯은 대통령.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관심 밖이라는 듯한 이들의 어처구니없는 모습에서 국민은 억장이 무너졌다. 기강이 이렇게 해이해진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부도덕하고 정의롭지 못한 국정운영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이 정의롭지 못하면 공직자들은 절대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일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눈치나 살피며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복지부동 자세를 취하는 기강해이로 이어진다.
대통령의 정의롭지 못한 국정운영은 공안검사 출신의 김기춘씨를 비서실장으로 발탁해 중책을 맡기면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김 실장은 유신헌법을 기초하고, 유신 시절 악명 높은 중앙정보부 수사국장을 지냈으며, 선거 승리를 위해 ‘부산 초원복집’ 사건이라는 망국적인 지역감정 유발도 불사한 ‘구악의 상징’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박 대통령은 막무가내였다. 김 실장 취임 한 달 만에 터진 ‘채동욱 사건’과 계속되는 대선공약 파기에서 보여준 박 대통령의 부도덕함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은 파기해놓고도 지금까지 가타부타 말 한마디 없다. 채동욱 사건은 대통령이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준 반면 법과 양심에 따라 범죄행위를 수사한 검찰한테는 개인적인 모욕까지 안겨주며 문책한 부도덕하고도 부정한 행위였다. 국가정보원과 국방부 등 국가기관들이 조직적으로 대통령선거에 깊숙이 개입해 선거부정을 저지른 것은 국기를 근본적으로 뒤흔든 중대 범죄행위이다. 정의로운 사회라면 당연히 엄중한 문책이 따라야 한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대통령에 의해 정의가 찍혀나가고 불의가 보호받았던 것이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이 나라의 사회정의는 무너지고, 국가기강은 해이해졌으며, 결국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사고 직후 박 대통령이 어떻게 보고받고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가 베일에 싸여 있는 것도 기강해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전은요?” 한마디로 불리한 대전선거 판세를 뒤집었던 것처럼 “승객은요?” 하며 승객의 안전과 신속한 구조를 지시했어도 그런 대형 참사가 일어났을까. 국정조사와 특검이 반드시 필요한 대목이다.
세월호 참사 같은 원시적인 대형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고, 해이해진 국가기강을 확립하는 도덕성 회복이 특히 중요하다. 박 대통령은 사고 수습 후 책임자를 가려내 엄벌에 처하겠다고 했다. 따지고 보면 너나없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지만 대통령 스스로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한 만큼 자신부터 엄벌에 처해야 한다. 김기춘 실장이나 남재준 국정원장 같은 부도덕한 인물들을 내치고, 대선 선거부정의 진상 규명에 적극 나서는 등 비정상적인 국정운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이 그 시작이다.
장세환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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