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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7.07 18:39 수정 : 2014.07.07 20:39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2008년 1조9623억원이던 수자원공사의 부채는 2012년 13조7779억원으로 4년 만에 7배가 늘었다. 연간 매출액 2조원 수준의 회사가 그것의 5배에 해당하는 10조원을 4대강 사업과 경인운하를 위해 차입한 탓이다. 4대강 사업(22조원)과 경인운하(2조2000억원) 사업비 중 나머지 14조원을 국토부, 환경부, 농식품부, 지자체들이 기존 사업들과 연계해 부담한 것에 비하면, 수공의 10조원이 얼마나 황당한 규모였는지 알 수 있다. 더구나 수공이 이들 사업에서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는 것은 애초 불가능했다. 정부가 수공에 하천변 개발권을 주겠다고 했지만, 상수원을 함부로 훼손할 수도 없고, 부동산 개발 경험도 없는 수공은 이를 받을 처지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정부 결정 3일 만에 수공은 이사회를 열어 정부안을 전원 찬성으로 의결했다.

이런 결정이 가능했던 것은 우선 수공 이사회의 구성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심복으로 임기를 두 번이나 연장했던 김건호 사장과 이명박 대통령 후보에게 한반도 운하를 자문하던 이들이 이사회를 채우고 있었다. 또 평균 1600여만원의 성과급(2012년 기준)과 조직 확대에 따른 혜택을 위해 수공 직원들이 침묵으로 결탁한 것도 배경이 됐다. 수공의 구성원들은 이렇게 사유화된 의사결정 체계 속에서 죄의식 없이 공공의 이익을 배신했고, 이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실패에 대해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아니 지금도 4대강 사업의 후속으로 지리산, 영양 등 14곳에서 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을 만큼 이들의 행위는 국민 정서와 동떨어져 있다.

그렇다면 수공이 ‘사회의 공공복리를 증진하기 위한 기업’임을 포기하고, 정권에 앞장서 부역한 것이 개인들의 우연적인 일탈의 결과였을까? 그렇지 않다. 사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이미 조직의 설립 목적을 달성한 수공이,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든 새로운 공사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욕망’과 연결되어 있다. 수공은 국력이 빈약했던 1960년대에 국가의 자원을 총동원하기 위해 설립되었고, 대규모 공사가 마무리된 1990년대 이후에도 새로운 공사를 모색하다 4대강 사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였다는 것이다. 실례로 한국은 높이 15m 이상의 대형 댐을 1280개나 가진 세계 제1의 댐공화국으로, 추가로 댐들을 건설해봐야 효용은 없고 환경만 파괴할 가능성이 크다. 또 광역상수도의 가동률이 50%를 밑도는 상황이라 더 건설해봐야 사회적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최근 수공이 사업성 없는 해외 사업들을 무분별하게 벌이고, 민영화 논란을 무릅쓰면서까지 지방의 상수도를 22개나 위탁받은 것은 이러한 사정 때문이다.

이미 세계의 물 정책은 하천의 수량만이 아니라 수질과 생태를 함께 고려하고, 하천 주변의 도시계획과 사회문화까지 연계하는 통합물관리(유역관리)가 대세다. 댐 건설만을 위해 국가 계획을 수립하고, 대형 토목공사를 추진하기 위해 공기업을 유지하는 선진국은 없다. 어느 지역에 댐이 꼭 필요하다면 지자체나 민간이 하면 될 것이다. 수공은 개발의 시대에 필요한 조직이었다. 시설을 과잉으로 개발하고 난 지금은 필요 조직이 아니다. 수공은 시민친화형의 유역관리조직으로 재조직되어야 한다. 수공의 해체와 재구성 주장은 단순히 괘씸한 과거를 벌주자는 취지가 아니라 물 정책의 정상화를 위한 시대의 명령이라고 할 수 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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