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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9.10 19:06 수정 : 2014.09.10 19:06

정송남 전남 담양 한빛고 교감

9월이다. 들녘은 벼 이삭들이 고개를 들고 따스한 햇볕, 선선한 바람과 함께 결실의 그날을 꿈꾸고 있다.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진실을 밝혀내고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는 과정에서 우리는 민중들의 생명을 침몰시킬 또 하나의 비극을 목격하고 있다. 지난 7월18일 ‘쌀개방 선언’이 그것이다. 세월호와 쌀개방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해야 할 정부의 책임을 묻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진실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민중의 삶과 국가의 미래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맥을 같이한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관세화를 통한 쌀개방’을 선언하면서 마치 쌀시장의 개방조치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인 양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거짓일 뿐이다. 쌀시장 개방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이후 ‘최소시장접근’(MMA) 방식으로 불리는 이른바 ‘의무수입물량’을 통해 1995년 처음 시작되어 국내 쌀 소비량의 1%를 수입했지만, 2013년에는 10%에 육박하는 41만t의 쌀 수입을 강요당했다. 최소접근 방식과는 달리, ‘쌀 관세화’는 사실상 쌀시장 전면 개방을 뜻한다. 정부는 고율관세로 국내 쌀시장을 보호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한국의 기존 통상정책을 근거로 볼 때 믿기 어렵다.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을 계속 확대해가면서 농업을 제조업 수출 확대를 위한 희생양으로 삼아왔다.

쌀시장 개방을 다시 유예할 경우 의무수입량이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도 믿을 수 없다. 세계무역기구 농업협정은 국내 소비량에 대한 최소시장접근 비율을 최대 4%까지만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은 무슨 속사정이 있는지 10%에 이르는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 정부가 쌀개방 협상에 강력하게 임한다면 오히려 세계무역기구 농업협정에 위반된 최소시장접근 물량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정부가 쌀시장 전면개방의 당위성을 주장하면서 예로 드는 나라가 필리핀과 일본이다. 필리핀은 2017년까지 쌀시장 개방 시기를 미루는 대가로 연간 의무수입량을 35만t에서 80만t으로 늘려야 했으니 한국도 개방을 하지 않는다면, 의무수입량을 큰 폭으로 늘려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필리핀은 한국과 달리 쌀이 모자라 매년 150만t 정도 수입하기 때문에 의무수입량을 늘리는 것이 오히려 쌀시장 개방 협상에 유리했다. 일본의 경우 쌀시장을 개방하면서도 국내 쌀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수입쌀에 부과하는 300~400%에 달하는 관세 때문이라기보다 수입쌀을 정부가 잘 관리했기 때문이다. 의무수입물량을 전량 정부가 구입·관리하면서 수입쌀은 가공용으로만 판매하고 남은 쌀은 가축사료나 해외원조로 사용해 농민들을 보호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진정 우리 쌀을 지킬 의지가 있다면 쌀의 전면개방을 즉시 철회하고,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한국에 강요되고 있는 부당한 의무수입 비율은 얼마든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의무수입물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하는 허위주장을 협상 테이블로 가져가라. 또한 현재 금지되어 있는 수입쌀의 해외(북한)원조 사용권한을 요구해야 한다. 일본과의 형평성을 제기해 국내 수입쌀을 국내 쌀시장에서 격리하고, 전체 쌀 수요와 공급량을 조절하는 효율적인 쌀 관리로 개방에 대비할 수 있다. 농민들과 협상도, 장기적 대책도 없는 쌀시장 전면개방은 식량주권의 포기요, 민중의 생명선을 이어오며 효자 노릇 하던 쌀농사가 붕괴되는 농정(農政)의 대참사가 될 것이다.

정송남 전남 담양 한빛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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