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1.10 18:39
수정 : 2014.11.1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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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기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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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기 보조금 문제로 온통 시끄럽다. 이용자들은 하루아침에 단말기 구입비가 수십만원 올랐다며 법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유통점은 손님이 끊겨 생계에 위협을 받는다고 울상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 주말 아이폰6 출시로 다시 ‘공짜폰’이 나타나고 단말기를 구입하려 밤새 매장 앞에 줄서 있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제는 ‘단통법은 지켜지지도 않는다’는 논란으로 발전했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이른바 단통법 시행 전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27만원을 넘어선 과도한 보조금 지급에 대해 이용자 이익 침해로 수십일의 영업정지와 수천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것이 불과 몇달 전 일이다. 이에 정부는 ‘일부 이용자에 대한 차별적인 과도한 지원금 경쟁’에서 ‘요금인하 등의 서비스 경쟁을 통해 가계통신비 인하와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유도한다며 단통법 제정을 추진했다. 단통법 시행 이후에도 30만원, 최대 34만5000원의 지원금 상한선이 설정돼 제도적으로는 별반 다른 게 없다. 오히려 상한선은 올라갔다. 다만, 이통사가 지급할 지원금을 사전에 공시하도록 한 점, 그리고 지원금을 받지 않는 가입자에게도 추가적인 요금 할인 혜택이 생겼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법 괜찮은 법으로 보인다. 그러면 별로 달라진 것도 없는데 이용자들은 왜 단말기 구입 비용이 늘어났다고 느낄까. 이는 과거 일부 이용자(얼리 어답터 등)가 불법적으로 지원금을 많이 받았던 것과 비교하기 때문인 것 같다.
단통법이 이용자의 단말기 구입 비용만 높이는 나쁜 법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몇가지를 생각해보자. 첫째, 단통법이 문제라서 최근 아이폰 사태가 발생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법이라는 것은 위반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둘째, 투명한 공시를 통해 동일한 조건의 이용자에게 동일한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한 게 잘못된 것인가. 정보 격차는 어쩔 수 없어 발품을 팔아 싸게 사는 사람이 있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에게 주어진 불법보조금은 ‘호갱’이라고 불리는 다수가 부담하게 된다.
셋째, 지원금 상한선이 필요한가. 이는 과도한 불법지원금 문제를 고려해 국회에서 3년 한시로 도입한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 경제의 속성을 부정하는 불필요한 규제로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상한선이 없다고 이통사가 60만~70만원 정도로 대폭 올려 공시할 수 있을까. 아마도 이용자가 한 10년 정도 장기계약을 하든지, 월 20만원짜리 초고가 요금제를 쓰든지, 또는 제조사의 장려금이 엄청나게 늘어나든지 해야 할 텐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일각에선 “미국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의 누리집에서는 2년 약정시에 삼성의 갤럭시노트4를 299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고 하면서, 우리나라는 단말기를 너무 비싸게 판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버라이즌은 우리나라와 같은 요금할인 제도가 없다. 우리나라는 2년 약정시 최대 48만원까지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어, 이를 고려하면 단말기 구입 비용은 실제 10만~20만원 선이다.
투명한 공시, 추가적인 요금할인, 저가요금제에 대한 지원금 지급 등 아직은 익숙하지 않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제도들이 시행되고 있다. 단통법이 소수의 시장 선도자(얼리 어답터)를 위한 것인지, 보통의 다수 이용자를 위한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이미 시장에서는 합리적인 통신 소비문화의 움직임이 엿보인다. 저가의 알뜰폰 가입자 증가, 저가의 외산 단말기 구매 움직임 등이 나타나고 있다.
정영기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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