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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6.03 19:09 수정 : 2015.06.03 19:09

요즘 우리 외교가 고립되고 국익을 챙기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질타로 시끄럽다. 왜 우리 외교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외교는 다양한 국가 간의 관계에서 경쟁과 협력을 잘 조화시키는 종합예술이다. 오케스트라처럼 섬세하고 조화롭게 연주하는 데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대통령은 명분(또는 원칙)과 실리 사이에서 원칙으로 일관하였고, 외교장관은 대증적(reactive) 외교와 예방적(preventive) 또는 선제적(proactive) 외교 사이에서 냉전 시절부터 익숙한 대응외교에 치중하였다. 주어진 상황과 여건 아래 외교에 충실하였으나, 그 상황의 한계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외교를 제대로 전개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 외교정책 방향에 대하여 몇 가지 유의하고자 한다.

첫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요체는 신뢰 구축에 있다. 신뢰 조처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이에 북한은 끊임없이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하여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대화와 교류·협력을 축적하고, 필요하다면 정치·군사적 신뢰 구축 조처도 병행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 정상 간의 합의사항 이행 문제도 협의할 수 있어야 한다. 신뢰는 상호적이고 단계적인 것이다. 대결이나 기다림만으로는 변화나 진전을 가져올 수 없다.

둘째,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비전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정치·외교적 수사이다. 과거 20년 이상 미국 및 일본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이 유사한 제안을 내놓았지만 구체적인 결과는 없었다. 관련국들 간에 협력 메커니즘을 만들고 북한이 참여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셋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재검토해야 한다. 설령 6자회담이 간헐적으로 열린다 한들 북한이 핵 폐기에 응할 것인지 의문이다. 북한은 아마도 개발한 핵무기의 현상동결과 비확산을 상호 거래하려 할 것이다. 우리와 미국이 북한과 수교하고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며 한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경제 지원을 주도하고 유엔이 평화협정 체결 과정을 지원하는 한편, 북한은 핵을 완전 폐기함과 동시에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복귀하는 통 큰 빅딜을 시도하는 것이 더 가능한 길일 수 있다. 그 후 북한의 변화를 기다려봄직도 하지 않겠는가.

넷째, 한-일 관계 악화의 원인은 이명박 정부에 있다. 이를 유산처럼 이어받아 과거사에 얽매여 있는 박근혜 정부가 안타깝다. 앞으로 언젠가 미국과 우리의 어깨너머로 일본이 먼저 북한과 수교하는 일도 상정해야 할 것이다. 과거사 문제 해결과 양국 협력을 병행해야 한다. ‘구동존이’나 ‘화이부동’의 적용이 필요하다.

다섯째, 미국과 중국도 경쟁과 협력하는 관계다. 우리가 양자택일을 강요당하는 상황을 방지해야 한다. 확고한 한-미 동맹에 입각하되 실용주의 노선을 취해야 한다. 작은 나라가 실용을 택하는 것은 상식이다. 동맹관계라도 주권국가 간에 이견이 없다는 것은 모순이다. 전략적 모호가 아니라 전략적 유연성이 맞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전시작전권 환수와 연계하여 검토할 수 있다.

여섯째, 중견국 역할에 관한 것이다. 새우가 고래를 길들이는 기적은 없다. 한국의 ‘동북아 균형자 역할론’은 능력 밖의 일이며 이미 폐기처분된 것이다. 중견국 역할은 비정치적, 비군사적 분야에서는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외교는 외교당국이 주도권을 가지고 정책과 협상(집행)을 진행하는 것이 정도이다.

송영오 전 이탈리아 대사·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중대한 국가이익이 걸려 있을 때 일관성과 도덕적 확신은 복잡하고 서로 얽혀 있는 현실에 양보해야 한다.”(<뉴욕 타임스> 사설) 우리 외교가 좀더 실리적이고 능동적으로 그리고 조화롭게 전개돼 나가길 바란다.

송영오 전 이탈리아 대사·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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