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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6.08 18:44 수정 : 2015.06.08 18:44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심 재판에서 교육감직 상실형(벌금 500만원)을 받았다. 배심원들과 재판부는 ‘2014년 교육감 선거기간 중 조희연 후보가 한 발언이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2항(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필자는 1심 재판 중 재판의 전제가 된 사실관계 부분에서 중대한 오인이 있었고, 그것이 법리 판단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우선 정확한 사실관계부터 살펴보자. 2014년 5월23일 한 현직 기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적으로 고승덕 후보의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했다. 이 글은 2천여건 이상 리트위트 되었고, 이후 의혹이 확산되고 있었다. 이에 상대 후보였던 조희연 후보는 같은 달 25일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고 후보는 두 자녀를 미국에서 공부시켜 자녀들이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 후보 자신 또한 미국에서 근무할 때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였다는 제보가 있다”며 “만약 이게(제보와 의혹이) 사실이라면, 고 후보는 교육감 후보 자격이 없다. 고 후보는 의혹에 대해서 스스로 객관적 소명자료를 통해 사실대로 밝히라”고 하였다. 같은 달 27일 고 후보는 미국 비자 발급기록이 있는 자신의 여권 사본 일부를 공개하였고, 조 후보를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하였다. 이후 더 이상 영주권 보유 공방은 없었다. 선관위는 조 후보에게 주의경고 처분을 하였고,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그렇다면 조 후보의 해당 발언 당시에 이미 다수의 공개적 제보와 고 후보의 영주권 보유 의혹이 있었다. 조 후보가 스스로 허위사실을 만들어내지 않았다. 또 이미 제기된 의혹을 근거로 단정적으로 ‘고 후보가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발언한 바도 없다. 단지 ‘고 후보가 스스로 의혹을 해명하라’고 밝히고 있을 뿐이다.

상대 후보로서 공개적으로 이미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 당시 영주권 보유 공방은 선거 과정에서 후보적격 검증 차원에서 벌어지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의혹 제기와 해소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우리 헌법과 공직선거법이 보호하는 선거운동 범위 내의 행위에 불과하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처벌 대상은 상대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스스로 허위의 사실을 만들어 공표하는 행위’와 ‘출처도 불분명한 찌라시(사설 정보지)를 근거로 허위사실을 적시하는 행위’이지, 이미 공개적으로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 해당 후보가 스스로 객관적 소명자료를 통해 해명하라고 요구하는 행위는 아니다.

결국 해당 1심 재판부가 조 후보의 해명요구 발언에 대해서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한 것은 우리 헌법과 공직선거법 취지에 반하는 위헌적 판결이다. 만약에 조 후보가 기존에 제기된 의혹을 근거로 단정적으로 ‘고 후보가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발언했다면 어떨까? 이번 사안처럼 ‘선거 전’에 단기간에 의혹이 해소되었고, 선관위가 조 후보에게 주의경고 처분을 하여 투표 전에 유권자들이 이 사실을 파악하고 있어 유권자 판단을 오도할 염려가 없었고, 무엇보다 1심 재판부가 밝힌 것처럼 해당 범죄행위로 고 후보가 낙선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라면, 이 역시 선거결과로 나타난 당선을 무효로 돌릴 수 없다. 공직선거법 사건의 경우 법원은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양형을 할 때 유권자의 신임이 부여된 투표의 결과와 상대 후보의 피해 정도를 이익형량 해야 할 헌법적 명령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경국 독일 쾰른대 법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
앞으로 ‘조희연 교육감 사건’ 항소심 재판부에서는 헌법과 공직선거법의 취지에 맞는 판결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이번 기회에 검찰도 스스로 편파적·정파적 기소권 남용은 없었는지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남경국 독일 쾰른대 법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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