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부유 미생물(bioaerosol)을 전공하여 연구해온 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병원 등 제한된 공간 내 메르스 공기감염 가능성을 숙고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선 2011년 12월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연구팀은 유럽입자공학회지를 통해서, 기침 등 인체활동에서 나오는 비말이, 상당 거리 이동이 가능한 1.6마이크로미터(㎛) 정도의 미세입자들과 단거리 이동이 가능한 123마이크로미터 정도의 대형 입자들로 구성된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비말은 5마이크로미터 이상의 액적(droplet)이므로 2m 이상을 날아가지 않는다는 기존의 지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결과다. 2013년 9월 미국 국립보건원 연구팀은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가 외부 환경에 노출된 상태로 48시간까지 생존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보고했으며, 2014년 7월 사우디 연구팀은 미국미생물학회지를 통해 메르스 환자의 낙타가 있는 헛간 실내 공기에서 메르스 바이러스 유전자를 검출했음을 발표하였다. 얼마 전 역학조사위원회가 수행한 평택성모병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에어컨 필터에서 메르스 바이러스 조각이 검출되었다. 현재까지 활성을 가지는 메르스 바이러스를 공기 중에서 검출한 실험 결과 보고가 없기 때문에 속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평택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환자 규모와 앞선 연구 및 조사 결과들을 보면, 질량에 비하여 표면적이 높은 비말들이 공기 중에서 빠른 속도로 건조된 뒤 병원 등 제한된 공간 안에서 공기를 타고 이동하여 감염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이제는 숙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까지 보건당국과 일부 전문가들은 메르스 감염자가 있었던 항공기나, 환자가 참석한 회의에서 대량으로 감염자가 나오지 않은 점 등을 들어서 메르스의 공기 중 에어로졸 전파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미생물체에 의한 인체감염에서는 질병을 일으키기 위해 인체에 침투해야 하는 최소한의 병원체 수(infectious dose)라는 개념이 있다. 즉 특정 개수 이상의 미생물체가 인체에 침투해야 질병이 발생한다는 말이다. 통상 항공기는 강력한 실내공기조화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메르스 바이러스가 항공기 공간 안에서 퍼질 수는 있지만, 한 공간에 고농도로 농축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대규모 회의 공간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항공기 승객 개개인이나 대형회의 참석자 개개인은 메르스 질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병원체 개수보다 적은 수의 병원체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감염자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특수보호장구를 착용했던 의료진조차 감염이 되는 사례까지 발생한 상황에서는, 메르스 공기감염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매뉴얼을 개발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하는 판단이 든다. 일선 병원 응급실과 진료실에 대한 공기흐름 제어 및 감염자가 있는 음압병실 필터들에 대한 특별관리 등, 메르스 공기감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포괄적 대책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병욱 건국대 교수·한국입자에어로졸학회 바이오보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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