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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7.13 19:17 수정 : 2015.07.13 19:17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현안 가운데 메르스 사태보다 더 심각한 것은 한국 정치의 혼란상일 것이다. 한국 정치는 무한히 계속되고 반복되는 대립과 갈등으로 국민을 짜증나게 만들고 있다.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여야의 대치뿐만 아니라 여야 각 당 내부의 분열과 대립 양상도 이에 못지않게 심각하다.

민주화 이후 역대 모든 정권이 시차를 두고 통치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이른바 레임덕 현상을 겪고 있는데 최근에 올수록 레임덕의 조기화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민주주의의 혼란상은 대통령 개인의 자질과 소양 문제와 아울러 한국 민주주의의 구조적인 문제점에서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정치에서 다양한 요구과 가치가 허용되는 관용의 폭이 매우 클 때에 이를 선진화된 정치 혹은 다원주의적 민주주의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헌법은 다원주의적 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정치 현실에서 국민과 유권자를 대의하는 정당의 폭은 매우 좁으며 의회는 실질적으로 양당 독점체제에 의하여 운영되고 있다.

세계에서 칭송받는 한국 민주화가 가져온 가장 구체적인 성과는 주기적이고 공정하게 치러지는 선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선거와 대의민주주의는 외적으로는 성공적이나 실질적으로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 대선에서의 단순다수제와 총선에서의 소선거구제로 인하여 표의 등가성과 대의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점이다. 이런 현재의 선거제도는 특정 지역에 기반한 지역주의적 양당제를 만들고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다당제의 가능성을 위축시켜 다원주의적 가치를 억압하는 비민주성을 지니고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지역주의적 정치구도이다. 지역주의 정당하에서의 정치권과 정치인은 여야 할 것 없이 이른바 지역정서와 이에 따른 정치적 유불리가 걸린 일에 대하여는 무엇 하나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니 수천억을 낭비하고 재정 파탄을 야기한 인천 아시안게임이나 현재 평창에서 수조원을 들여 환경파괴, 낭비 올림픽을 준비하는 일 등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하에서 20조원을 들여 재정 낭비와 생태 재앙을 야기한 4대강 사업이 지역 토건주의에 영합한 지역주의 정치세력에 의하여 추진된 것 역시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이나 모두 정책 속에는 국민이 보이지 않고, 국민과 괴리되었을 뿐 아니라 국민 위에 군림하는 그들만의 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러니 이들의 끝없는 갈등과 반목 속에서 정치와 정당을 외면하는 국민이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청년층의 탈정치화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오늘날 민주주의의 진전을 원하는 사람들은 계파나 인물이 지배하지 않는 민주적인 정당, 폐쇄적인 서클이 지배하지 않는 열린 정당, 합리성을 지닌 정책정당의 출현을 희구한다. 이제 양당 독점체제에서 한국 민주주의가 지체와 파행을 반복하고 사회발전의 족쇄로 작용하는 상태를 극복하는 길은 선거제도의 개혁과 아울러 생태, 노동, 복지 등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새로운 대안정당의 출현이다. 이를 통해서만 낡은 지역주의 양당 독점체제에 균열을 내고, 사회적 가치를 대의하는 다당제적·합의주의적 선진민주주의로의 도약이 가능하다.

이종오 전 명지대 교수
현재의 여야 양당이 비례대표 정수의 대폭 확대 등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개혁의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한다면 이제는 시민 주체에 의한 제2의 민주화 운동으로서의 제도개혁과 가치정당 운동이 시작되어야 한다.

이종오 전 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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