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7.22 18:47
수정 : 2015.07.22 18:47
얼마 전 미국 방문 중에 신문에 난 기사에 우연히 눈길이 갔다. 뉴욕주 상원 교육위원회가 특목고 학생 선발에서 입학시험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기존의 방식을 바꾸어 시험성적에 더해 에세이, 학업성적, 추천서 등 다양한 기준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입시개혁안을 부결시켰다는 뉴스였다. 학생선발권을 가지고 있는 학교라면 당연히 다방면의 능력이 있는 학생을 선발하여 교육하고, 그 평가기준도 시험성적만이 아니라 학생의 전반적인 능력을 고려하는 것이 당연할 터인데 그러한 법안이 부결된 것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사정을 살펴보니 뉴욕시에 있는 특목고들에 재학하는 흑인, 히스패닉계 학생들의 비율이 너무 낮아 인종적 다양성을 제고하기 위해 이들 학생의 비중을 높이려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발의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이 이민으로 이루어진 나라이고 인종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관심거리라는 점에서 이러한 입시제도의 변경 노력은 당연한 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 법안이 아시안계 학생들을 역차별하는 것이라는 논란을 불러왔고,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통과되지 못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치러진 지난 6월의 금년도 첫 수능 모의고사 후 올해 수능이 물수능이 될 것이라고 야단이더니 얼마 전 7월 모의고사 뒤에는 그런 이야기가 별로 들리지 않는다. 근년에 출제 오류 등으로 인해 대책위원회까지 만들며 수능 출제를 준비하고 있던 터라 교육당국은 물론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더욱 높은 현실이다. 그런데 “물수능”이라니? 도대체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수능 모의고사를 그렇게도 쉽다고 생각했을까? 꽤나 학생들을 잘 가르친다고 정평이 나 있는 선생님께 가르치는 과목의 수능 문제 정답을 다 맞힐 수 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지만 정해진 시간에 해결하려면 실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결국 우리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내내 실수하지 않는 연습을 너무 열심히 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학습능력이 월등하고, 많은 훈련을 받은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물수능이라는 말이 어울릴지 몰라도 대다수의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답을 찾기가 쉽지 않은 문제들이었을 것이다. 꿈을 가지고 행복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순진한 우리 아이들에게 더 이상 마음의 상처를 주는 일을 그쳐야 한다. 그리고 함께 인정하자. 학생들이 치른 수능 모의고사가 물수능인 것이 아니라 빠른 시간 안에 100점 맞기 경쟁을 시키다 보니 일부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어려운 문제가 없게 되었고, 실수도 잘 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
김진성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 학장
|
사실 시험이 너무 쉬워 학생을 선발하려는 데 필요한 변별력이 없다는 말은 그 특정의 시험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다양한 잣대를 가지고 학생을 선발하는 경우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차피 수능이 대학수학능력을 시험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니 이제라도 수능의 변별력을 말하기 전에 무엇을, 왜 분별하기 원하는 것인지를 찾아야 한다. 사람이 유인에 따라 움직이는 이성적인 동물이니 경쟁을 통해 더욱 나은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정하고, 앞으로의 꿈을 펼치는 데 필요한 경쟁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잠깐의 실수로 틀린 답을 고른 아이들을 실패자로 만드는 경쟁의 틀을 만들어 놓고 열심히 응원하는 어른들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태평양 건너 저편에서 벌어진 일을 가져온 그 생각이 우리가 이민 보낸 것은 아니겠지만 왜 그리도 닮은꼴인지 우연치고는 참 특별하다.
김진성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 학장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