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7.27 18:39
수정 : 2015.07.27 18:39
임금피크제가 노·정 관계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내년 법정 정년 60살의 시행을 앞두고 임금피크제를 강행하려는 정부와 이를 결사반대하는 노동계 사이에 치열한 공방의 하투가 벌어지고 있다. 메르스 사태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막대하여 민심도 흉흉한 요즘 이러한 노·정 대립을 바라보는 국민 여론은 그리 달갑지 않을 듯하다.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모두는 우리 사회의 핵심 난제로 지적되는 고령화와 청년실업의 문제를 대처하기 위해 실천되어야 할 개혁과제임에 틀림없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가운데 연금 수급 연령이 60살 이후로 늦춰지는 여건에서 정년연장을 통해 중고령자들이 직장에서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올바른 제도 개선이다. 또한 연공형 임금체계가 대다수 사업장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정년연장으로 인해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커져 청년실업의 해결이 더욱 난망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는 중고령세대와 청년세대가 당면하는 그들의 일자리 문제를 풀기 위해 세대간 상생의 활로로 함께 시행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노·정 대립이 정부가 일방 강행하려는 무리수로 인해 빚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고용노동부는 임금피크제의 도입을 손쉽게 하기 위해 노조 또는 근로자들의 동의 없이 취업규칙의 관련 내용을 개정할 수 있는 행정지침을 시달하겠다고 밝혀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정부는 2단계 공공부문 정상화 조처로서 임금피크제의 도입을 선도적으로 강행할 것을 발표함으로써 공공부문 노조들과의 일촉즉발 격돌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실제, 양 노총 산하의 공공부문 노조들은 정부의 정상화 방침에 맞서 9월과 10월에 연이어 공동파업을 벌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아무리 취지가 옳다 하더라도 추진 방식이 그릇되면 오히려 그 일만 망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정부의 임금피크제 추진 방식이 그렇지 않을까 생각된다. 정년연장을 통한 고령자의 고용을 유지하고 심각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풀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자는 정부의 입장은 틀린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일방강행의 무리수로 노동계를 자극하여 공연한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는 무지스러운 하책으로 보인다. 오히려 충분한 명분을 갖는다면 정부가 나서서 노동계에 임금피크제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그들의 우려사항들을 해소하려는 보완 조처를 강구하는 것이 정년 60살 시대를 평화롭게 열어가는 지혜로운 상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임금피크제의 시행에 보완될 사항으로는 법정 정년의 실질 보장, 60살 정년 사업장에 대한 추가 정년 연장의 허용, 청년 일자리 창출의 확실한 담보, 고령자 직무환경 개선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부문의 경우 청년 일자리의 확대를 위해 인건비 총액과 인력 정원에 대한 전향적인 확대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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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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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때문에 정면충돌할 기세로 나서고 있는 정부와 노동계가 그 싸움의 고삐를 풀고 세대간 상생의 해법을 찾기 위한 대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지금의 어수선한 사회경제 상황에서 국민들이 바라는 바일 것이다. 고령화와 청년실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노·정 간의 대화와 타협이지 소모적인 노·정 갈등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정부는 일방강행으로 싸움을 유발하는 하책에서 벗어나 사회적 대화를 복원하려는 상책의 지혜를 발휘해주길 바란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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