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로 접어들면서 한반도에서의 긴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고조되어왔다. 지난 4일 북한의 비무장지대 지뢰 도발로 우리 군인 2명이 중상을 입은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후, 우리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북한의 포격 도발과 우리의 대응사격, 북한의 준전시상태 선포 등 남북관계는 일촉즉발의 연속이었다. 22일부터 24일까지 열린 이번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은 긴박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이례적인 만남이었다. 접촉에 참여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통일부 장관, 북한 총정치국장과 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함께 공식석상에서 회담을 가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사흘간 매번 새벽까지 논의가 진행되었으며, 40여 시간 동안 4차례의 전체회의를 포함하여 총 24차례의 회의가 이루어진 강행군도 남북회담의 역사에서 드문 사례이다. 접촉의 외연뿐만 아니라 내용도 이례적이었다. 남북 회담에서 북한이 주체가 되어 사과를 하고, 이를 문서로 명시한 일은 처음이다. 그동안 북한이 사과했던 1968년 청와대 무장공비 침투사건, 1996년 북한 잠수함 동해안 침투사건과 2002년 제2차 연평해전의 경우 구두 사과나 남북 양측의 책임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 이번 접촉은 몇 가지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다. 첫째로 우리는 북한의 명시적 사과와 실질적 재발방지 장치를 확보하여 도발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그간 남북관계는 ‘도발→위기→타협→보상→재도발’이라는 잘못된 패턴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만약 북한이 이번과 같은 도발을 하는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 있게 함으로써 북한의 대남도발을 실효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였다. 둘째로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원칙하에 일관된 자세로 협의한 결과, 한반도 안보 위기를 남북관계 발전의 계기로 반전시켰다. 정부는 이번 북한의 도발과 무력시위에 대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안보태세 강화라는 실질적인 조치로 대응하였다. 동시에 엄중한 상황에서도 의연하고 차분한 대화를 통해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셋째로 국민이 한마음으로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 지지해준 결과 성공적인 접촉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다른 정책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대북정책의 경우 국민들의 공감대가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이번 도발 국면에서도 국민들은 정부를 믿고 성숙하게 대응해주었고, 현 상황이 끝날 때까지 전역을 연기하겠다는 병사와 같이 귀감이 되는 사례도 많이 있었다. 정치권 역시 초당적 대처를 약속하면서 이번 접촉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었다. 이처럼 의미 있는 접촉이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남북관계를 더욱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추진해야 하며,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 남북간 다양한 대화 채널을 구축하고 다방면의 민간교류도 활성화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서두르기보다는 균형감을 가지고 차근차근 신뢰를 쌓아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황부기 통일부 차관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