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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0.05 18:50 수정 : 2015.10.06 13:32

혹시 독자들은 기억할지 모르겠다. ‘서귀포 부실 도시락 사건’, ‘국민연금의 비밀’, ‘개똥녀 사건’ 등등.

아마 다수 독자들은 무릎을 치며 ‘아! 그 사건’ 할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포털 토론장에서 시작해서, 국민여론을 환기해 정책개선이 이루어진 사례다. ‘부실 도시락 사건’은 2005년 1월 한 시민단체가 방학 중 결식아동의 도시락 사진을 서귀포시 홈페이지와 포털 토론장에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국민연금의 비밀’은 2004년 5월 한 누리꾼이 연금의 수급 문제를 네이버 게시판에 공개하면서 큰 파란을 몰고 왔다.

필자의 2007년 포털 공론장 연구자료에 따르면, 당시 포털 인터넷 공론장 서비스는 현실공간 못지않게 정치·사회 의제가 대두할 때마다 논쟁의 공간이자 사회고발, 권력감시의 공간이었다. 네이버는 ‘핫이슈, 토론’에 토론장과 투표 등이 있었다. 다음(현재 카카오)은 유명한 ‘아고라’를 운영했다. 다음의 e-청원 서비스도 유명했는데 인사동 쌈지길의 무료화는 인터넷 공론장의 위력을 확인해준 사건이었다. 시민들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인터넷 공론장의 기능을 이용해서 자발적인 참여를 한 것이다. 네이트 역시 별도 토론공간을 운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댓글, 이슈 공감 등에서 토론을 유도했다.

그러던 인터넷 공론장이 예전 같지 않다. 시나브로의 말뜻과 같이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공론장이 축소되고 있다. 너무나 천천히 진행돼 독자들도 잘 알지 못했을 것이다. 먼저 네이버는 2007년 대선 이후 전격적으로 토론 기능을 없앴다. 뉴스 댓글달기와 간단한 여론조사만 남기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공론장 기능은 없어졌다. 다음이 아고라, 네이트가 ‘판’이라는 형태로 공론장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위력은 예전 같지 않다. 그나마 서비스를 찾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 피시(PC) 버전에서는 상단 위에, 시력이 나쁘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위치에 배치돼 있다. 스마트폰에서는 더욱 찾기 어렵다.

인터넷 공론장이 의도적으로 축소된 것인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있는 것인지는 불명확하다. 원인을 살펴보면 첫째, 누리꾼의 싫증감이 클 것이다. 누리꾼들은 인터넷 공론장이 욕설과 비난, 진보-보수의 전쟁터가 되어 참여하기를 꺼린다. 둘째, 인터넷 공론장의 주도권이 소셜미디어로 옮겨간 것도 크다.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친구들만 통하는 ‘끼리끼리’ 공론장이 등장한 것이다. 셋째, 비공식적이지만 외부 환경도 거론해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포털 토론장이 축소된 배경에 정치외압이 있지 않은지 의심한다. 정치권에서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편향성 논란으로 포털사가 세무조사를 받고 국정감사 증인으로 소환된다는 뉴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보수적인 국제 언론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에 따르면,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199개국 중 아프리카의 나미비아와 공동 67위로 부분적 자유 국가이다. 2011년부터 부분적 자유국이 됐다. 여기에 정부의 인터넷 규제가 지적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조교수
한국에서 포털의 언론 유통자로서의 사회적 책임은 오래전부터 논의됐다. 사회적으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포털의 인터넷 토론장 축소가 누리꾼의 선택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외부 권력에 의해 공론장이 축소된다면 그것이야말로 포털은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아울러 포털은 여러 원인으로 귀찮다고 인터넷 공론장을 없애기보다는 건강한 공론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법도 찾을 필요가 있다. 그랬을 때 누리꾼들의 자유로운 토론 공간으로, 여론의 용광로로 다시 공론장 기능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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