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2.17 19:09
수정 : 2015.12.17 19:09
2015년에는 월성 1호기 계속운전, 고리 1호기 폐로, 신고리 3호기 운영허가 승인,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권고안 등 원자력 관련 여러 이슈가 이어졌다. 세계적으로 테러 위험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우리 원전 임시저장조에 보관돼 있는 사용후핵연료의 위험성은 특히 주목할 만한 문제다.
알다시피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1~3호기 원자로 내부에서 연소 중이던 핵연료가 냉각재 상실로 녹은 뒤 수소폭발이 발생한 것이었다. 원자로 안에서 녹아내린 핵연료는 아직도 제거 작업을 못한 상태다. 다만 4호기는 다행히 사고 당시 운전정지 상태로 연료 손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2014년 가장 먼저 제거 작업을 마쳤다. 4호기엔 1~3호기 원자로 내부에 있던 연료 수와 맞먹는 1331개의 사용후핵연료와 204개의 신연료가 임시저장조에 보관되어 있었다. 연소가 덜 된 연료나 사용후핵연료나 위험성은 마찬가지여서 사고로 이어졌다면 더 큰 피해가 있었을 것이다.
임시저장조에 대량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의 위험성은 간단히 설명된다. 저장조의 냉각수가 상실되면 핵연료 온도 상승으로 화재가 나고 연료가 용융되면서 수소가 발생해 후쿠시마 사태 때와 같은 수소폭발이 예상된다. 게다가 사용후핵연료 저장조는 격납용기와 같은 보호시설조차 없는 상태다. 냉각수가 상실되는 시나리오의 현실성에는 다소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최근 테러 위협 등의 관점에서 보면 현실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한빛원전의 경우 2014년 말 기준으로 모두 5413개 연료가 6개 호기 임시저장조에 보관되어 있다. 이는 사고 당시 후쿠시마 원전 1~3호기 원자로 내부에 있던 연료를 모두 합친 것(1496개)의 4배에 이른다. 우리 전체 원전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사정이 비슷한 원전이 여러 곳 있다. 한 곳의 저장조에서만 냉각 불능 사고가 나더라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능가하는 대규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6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에서 발행한 보고서를 보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조가 수용 한계에 도달하기 이전에 저장시설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국가(IS) 등의 테러 위협이 급증하는 작금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저장조가 수용 한계에 도달할 때까지 일단 버티고 있는 현재 상황을 안전성 관점에서 한 단계 더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2001년 9월11일 항공기 테러 이후 미국에서도 임시저장조를 겨냥한 테러의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미 핵규제위원회(NRC)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의 냉각능력 보강을 사업자에게 요구했다. 또 저장조에 보통 10년간 저장하던 것을 3년만 저장한 뒤 더 안전한 건식저장으로 이송하는 것을 승인해주고 있다. 건식저장은 사고시 습식저장보다 방사능이 수천배 적게 배출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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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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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용후핵연료를 수조 형태의 임시저장조에 계속 보관하다가 최근 공간을 촘촘하게 활용하게 해주는 조밀랙까지 설치하며 저장 용량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가 테러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이는 결코 바람직한 운영 방식이 아니다. 정부당국은 이런 문제의식을 국민과 공유하며 건식저장 시설 확보 등 더욱 합리적인 조처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 이를 민감한 문제로 여겨 쉬쉬하기만 한다면, 전세계 테러리스트들이 다 아는 취약점을 원전 소재 지역 주민을 비롯한 국민만 모르고 있다가 한순간에 후쿠시마 사고보다 더 큰 재앙을 맞이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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