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2.28 19:02
수정 : 2015.12.28 19:02
3년 연속 풍년을 맞아 풍년가를 부르며 기쁨에 들떠야 할 농민들은 풍년이 마치 재앙인 것처럼 탄식과 좌절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국민들의 주식을 책임지고 있는 농민들이 쌀값 하락을 막아달라며 한데 모여 간절하게 절규를 하여도 돌아온 것은 정부의 냉소와 차가운 물대포였다.
쌀을 관세화로 전환해 개방한 지 1년이 지났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쌀 관세화를 위한 양허표 수정안’을 제출한 뒤, 이행계획서에 따라 올 1월1일부터 쌀시장을 개방했다. 정부는 수입쌀이 513%의 관세가 붙어서 들어오기에 아무리 국내산이 비싸도 수입쌀 값엔 못 미치므로 생산농가에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 수입은 의무수입물량인 저관세할당물량(TRQ)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약 41만톤에 해당되는 저관세할당물량에 매겨지는 5%의 관세는 정부의 이런 주장에 설득력을 잃게 하고 있다. 더군다나 2005년 추곡수매제가 폐지되고, 쌀 소득보전 직접지불제가 시행되면서 농민들은 15년 전의 소득 수준에도 못 미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실제로 지난해 17만원대를 유지하던 80㎏ 기준 쌀값이 올해 15만원대에 거래되면서 농민들은 생산비도 보장받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쌀값 하락을 부추기는 직접적인 원인은 정부의 무책임한 수입쌀 관리에 있다. 첫째, 정부는 수입산과 국내산을 혼합해 판매하는 것을 허용했는데 소비자들은 마치 국내산인 것처럼 포장되어 팔리는 것을 몰랐고, 이는 쌀값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둘째, 정부가 수입쌀 재고를 해결하기 위해 적정선보다 20% 낮은 가격으로 대방출을 하고 있다. 셋째, 무엇보다 밥쌀용 수입쌀이 시중에 유통되면서 국내 쌀값을 하락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 정부는 ‘밥쌀용 쌀 의무수입 조항’이 쌀 관세화 조건에서 빠졌는데도 밥쌀용 쌀을 수입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쌀값 하락을 부채질했다. 이에 농민들은 자식처럼 키워온 벼를 갈아엎고, 총궐기하여 박근혜 정부의 반농업 정책을 규탄했으나 정부는 물대포를 응사하여 농민의 생존권을 짓밟고, 결국 한 농민을 죽음 직전으로 몰고 가 아직도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도 사과나 위로 한마디 없는 반인륜적 정권임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정부가 밥쌀용 쌀을 얼마나 더 수입하느냐에 있다. 정부는 올해 밥쌀용으로 3만톤을 수입하기 위해 구매입찰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밥쌀용 쌀을 수입하지 않으면 상대국이 이를 문제 삼고 관세율을 올리려 하거나 밥쌀용 쌀 의무수입을 다시 요구할 수 있다’고 변명하지만, 밥쌀용 쌀 수입은 저관세할당물량 내에서 결정되며, 밥쌀용·가공용의 용도 구분이 명시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공용과 밥쌀용을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한국의 권한’이다. 따라서 정부의 주장은 이런 조항을 무시하고 강대국의 눈치나 보는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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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농정 관련 핵심 대선공약으로 쌀값 보장을 약속하며, 당시 17만원 하던 쌀값을 2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정부는 이제라도 쌀값 안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저가 수입쌀을 국내시장에서 격리시킬 방안을 마련하고, 밥쌀용 쌀 수입을 중단할 것이며, 수입쌀 재고 51만톤의 처분을 위해 일본처럼 다양한 가공용 소비처를 개발함과 동시에 해외공여 물량을 확대하고, 나아가 대북 쌀 지원을 재개하여 민족 화해와 협력을 증진시킨다면 1석2조가 아니겠는가? 농민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 농업정책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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