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1.25 18:57
수정 : 2016.01.25 19:35
에스케이(SK)텔레콤이 지난해 12월1일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에 씨제이(CJ)헬로비전 인수합병 허가를 신청하는 서류를 제출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합병 추진 목적을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서 기반을 확보하고, 인터넷 기반 방송서비스인 오티티(OTT·Over the Top)를 포함한 뉴미디어 시장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기업의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 인수합병이 승인될 경우, 무선통신 시장의 과반을 점유하고 있는 1위 사업자 에스케이텔레콤이 가입자 420만여명을 보유한 종합유선방송사업(SO) 1위 업체이면서 알뜰폰 사업 시장에서 최대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씨제이헬로비전을 소유하게 되어 방송과 통신을 아우르는 ‘공룡 사업자’가 탄생하게 된다. 나아가 이 둘의 합병은 단순히 사업의 외형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에스케이텔레콤이 이동통신, 아이피티브이(IPTV), 초고속 인터넷에 이어 이제 케이블티브이(TV)까지 결합해서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유·무선 시장의 지배력이 한 회사에 집중되는 독과점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거대 방송·통신 융합 회사의 탄생은 특정 회사의 시장지배력이 커져 시장의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해치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특정 사업 시장이 독과점될 경우 경쟁 상대가 없거나 소수의 기업들만이 경쟁하면서, 서비스 가격은 상승하는 반면 서비스 품질은 떨어지게 된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시장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 상태를 보호하기 위해 특정 기업의 시장 독과점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이유다.
특히 이번 인수합병은 다른 분야도 아닌 방송서비스 분야의 거대 사업자가 탄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기업이 소유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방송서비스 분야는 다른 사업 분야와 달리 방송의 공정성과 다양성, 그리고 객관성을 보장할 수 있는 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방송은 우리 사회의 여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사회적 기구로, 다양한 계층의 의견이 여론에 포함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송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이 존재해야 한다. 이번 인수합병은 방송서비스 시장의 다양성을 말살하는 행위로, 소비자인 국민들의 이익에는 반하고, 오로지 기업의 이익추구에만 유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바람직한 시장정책은 거대 단일 자본이 시장지배력을 키우는 독과점 현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다양한 규모의 회사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다. 방송·통신 산업의 경우 신규 진입장벽이 높은 사업 분야로, 시장에서 경쟁이 없어지면 다시 경쟁적인 시장으로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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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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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방송·통신 시장의 독과점 현상을 초래할 수 있는 에스케이텔레콤과 씨제이헬로비전의 합병 신청은 허가되어서는 안 된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014년 2월 미국 케이블티브이업계 1위인 컴캐스트와 2위인 타임워너케이블 간의 초대형 인수합병 추진 신청을 방송시장 독과점을 우려해 불허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자 두 회사는 자진해서 인수합병을 취소했다. 우리나라의 이번 인수합병에 대해서도 언론·시민단체들이 방송서비스 시장의 독과점화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정부는 방송서비스 시장의 독과점이 불러올 다양한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이 아닌 소비자인 국민들의 입장에서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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