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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3.17 18:08 수정 : 2016.03.18 10:57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국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했던 한 주가 지났다. 알파고의 승리로 끝난 이 대국은 과거에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바둑이라는 게임의 정복에 인공지능이 거의 다가섰기 때문인지 다양한 담론들이 쏟아지고 있다.

미래의 인공지능과 관련해서는 공상과학(SF) 소설이나 영화 등에서는 다소 암울한 전망으로 그려낸 것들이 많다.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소 갈리는데, 제임스 배럿은 <인류 최후의 발명품>이라는 책에서 현재의 인공지능 연구현황과 발전 가능성, 그리고 인간을 능가하는 시점과 후폭풍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한 바 있다. 그는 인류에게 우호적인 인공지능이 일종의 자율성을 가지고 자신들을 전파하고 복제하는 첫 번째 시조가 되지 않는다면 정말로 인류를 넘어선 인공지능에 의해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책에서는 시조가 되는 인공지능에게 처음부터 인류의 역사를 이해하고, 인류와 공감하며, 공생하려는 본능이 심어지도록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 로봇의 도덕인가>라는 책을 집필한 웬들 월럭과 콜린 앨런은 로봇과 인공지능이 자율성을 가지고 판단하고 움직일 때 어떻게 이들이 윤리적인 사고와 판단을 할 수 있게 할지에 대해 심도있게 접근하였다. 웬들 월럭을 2013년 세계미래학회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당시 윤리적 로봇에 대한 핵심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인간의 윤리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과 함께, 도구적인 관점에서 이런 윤리를 어떻게 구현하게 할지에 초점을 맞춰 강연했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실제로 인간과 완전히 똑같은 방식의 의식과 도덕적 판단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중요하지 않다. 마치 알파고가 이세돌처럼 바둑의 아름다움을 알 필요는 없는 것처럼, 또 바둑을 컴퓨터처럼 두는지 인간처럼 두는지를 인간이 느끼는데 알파고가 인간처럼 생각하는지 여부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인터넷을 탄생시키고 최근에는 재난로봇대회를 열기도 했던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이런 문제에 답을 하기 위해 로봇과 인공지능의 윤리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전통적인 철학자들의 이론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의 윤리를 구현하는 하향식 방법과 인간이 태어나 자라면서 익히듯이 윤리를 배워가는 상향식 방법으로 진행 중인데, 이들의 적절한 균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로봇과 인공지능이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부분과 법적인 이슈, 그리고 사회화 같은 부분에도 많은 담론이 나와야 할 것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를 인수하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딥마인드의 창업자 데미스 하사비스는 구글이 인공지능의 윤리와 관련해서도 진지한 접근을 하는 것에 많은 점수를 주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과 자신의 팀을 통제할 수 있는 인공지능윤리위원회를 구글에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고,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구글은 딥마인드에 최상의 인프라와 엄청난 기술지원, 데이터 등 표면적인 지원도 하지만, 인공지능의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이미 높은 수준의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IT디자인융합학부 교수
로봇과 인공지능은 단순한 산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 기술이다. 이들이 가져올 미래사회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산업적인 면을 넘어서 사회적·윤리적·철학적인 고민도 함께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해나가야 할 것이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IT디자인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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