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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5.09 19:21 수정 : 2016.05.09 19:21

최근 교육부는 지난 8년이 아닌 3년 동안의 로스쿨 입학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전수 조사가 아닌 반쪽 조사, 반쪽 발표에 지나지 않는데다, 인과관계 증명의 어려움을 악용하여 성공한 부정행위를 사후 추인해버렸다. 교육부는 신뢰보호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을 들먹이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신뢰보호의 원칙은 그 개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을 때만 적용할 수 있다. 참새 잡는 데 대포를 써서는 안 된다는 비례의 원칙 또한 법조윤리를 생명처럼 지켜야 할 예비법조인이 저지른 부정행위에까지 적용할 일은 아니며, 교육부가 이해관계자인 로펌의 자문을 구한 것은 직무유기 행위나 다름없다.

지금 교육부는 착시현상을 통해 국민을 속이고 있다. 자기소개서 문제는 1차 서류전형 단계의 문제일 뿐, 실제 은밀한 입시 청탁은 2차 면접과정에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면접과정에 참여한 어느 교수가 응시생들 가운데 판사의 아들과 로펌 자제의 번호를 알려주기에 어이가 없어 최하점을 줬지만 그 응시생들이 합격할 것은 확실한 분위기였다고 증언했고, 일부 로스쿨의 경우 외부위원들이 낮은 면접점수를 주면 특정 그룹이 떨어지지 않게 점수를 조정해달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나는 이전에 재직하던 대학에서 로스쿨 인가를 받기 위한 준비과정에 관여했다. 당시 서울의 한 대학에 근무하던 후배 교수가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나는 미국에서 공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반대논리를 폈다. 그러나 로스쿨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설계되는 것을 보면서 깊은 절망에 빠졌고, 지금 그 후배 교수의 예견은 현실이 되었다.

사법시험제도는 주로 고시낭인이나 수험법학화,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는 사회적 문제들 때문에 비판을 받았지만, 지금의 로스쿨제도는 그러한 문제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오직 로스쿨 졸업생에게만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주고, 장학금을 받는 최하위 소득계층을 제외하고 로스쿨에 다닐 돈이 없는 50%의 소득계층은 변호사가 될 수 없게 함으로써 헌법의 최대가치인 기회균등 및 평등성을 훼손하고 있다. 더욱이 로스쿨 제도는 학문으로서의 법학을 완전히 뒷방으로 내몰고 있다. 외국에 법을 수출까지 했던 나라가 풀타임 대학원생이나 선진법학을 배우러 떠나는 학생의 씨가 마름으로써 다시 법학 후진국으로 전락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 재앙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모든 문제의 출발점은 미국식도 일본식도 아닌, 괴상하게 설계된 로스쿨 제도에 있다. 불문법 국가인 미국의 경우, 19세기 말은 법해석학에 따른 형식주의 법학이, 그리고 20세기에는 현실주의 법학사조가 지배했지만, 21세기는 다시 신형식주의적 법학이나 매우 다변화된 법해석학 기조가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도 성문법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이론법학을 무시해서야 될 말인가?

서완석 전국법과대학교수회 회장, 가천대 법과대학장
합리론과 경험론 중 어느 쪽이 옳은지는 아직 인류가 해결한 문제가 아니다. 정작 두려운 것은 그들만의 리그에 의해 견고한 세력을 구축함으로써 정의에 눈감은 법조인들이 등장하는 일이다. 사법시험제도를 비판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전관예우 문제는 로스쿨 제도하에서도 나타날 수 있고, 이 문제는 두 제도가 경쟁하며 상호 비판적 입장을 취할 때 해결될 수 있다. 이제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응시횟수 제한, 할당제 실시 등 변형된 사법시험제도를 로스쿨제도와 병존시키면서 경쟁하게 한 후, 둘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이 둘을 수렴한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프랑스나 오스트레일리아도 이원화 혹은 다원화된 방법으로 법조인을 선발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서완석 전국법과대학교수회 회장, 가천대 법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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