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05.18 21:42 수정 : 2016.05.18 21:42

지금 우리는 현대 역사상 최대의 피난 상황에 직면했다. 한국 전체 인구보다 많은 6000만명 이상이 전쟁, 고통, 억압으로 인해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도록 내몰렸다. 최근 몇 년 사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보트에 올라 유럽의 문을 두드렸다. 눈앞에서 벌어진 당장의 사태를 두고 유럽 지도자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서로 협력하여 망명 신청자들을 돕든지, 아니면 이들을 다른 나라로 보내 눈앞에서 사라지게 하든지.

유럽 지도자들은 이들을 시야에서 밀어내기로 했다. 지난 3월 유럽연합(EU)-터키 협정이 체결되면서다. 이 협정은 유럽연합이 터키에 정치적·재정적 지원을 해주는 대가로 터키에 몇 가지를 요구한다. 터키는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지의 전쟁을 피해 도망쳐온 난민들이 유럽에 유입되지 못하도록 하고, 유럽연합 회원국인 그리스 포로 수용소에 기거하는 국외 추방자들을 터키로 받아들이는 것이 골자다. 그리스는 새로 유입되는 난민을 모두 터키로 돌려보낼 수 있게 됐다. 이에 상응하는 대가는 약 60억유로의 재정적 지원 패키지다.

또한 이 협정을 통해 새로운 시스템이 형성됐다. 그리스로 도망쳐온 시리아인 난민 한 명이 터키로 송환될 때마다 유럽연합 국가에서 시리아인 난민 한 명의 망명신청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이 난민 ‘맞교환’ 시스템은 사람을 단순한 흥정용으로 전락시켜버린다. 이 협정은 ‘인본주의’라는 가면을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다. 난민을 받아들이고 보호하기는커녕 원위치로 돌려보내려는 잔인한 논리를 그 어느 때보다 조직적이고 집단적으로 시도하는 움직임이다.

유감스럽게도 이주민 관리를 외부에 위탁하는 이런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한 예로,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파푸아뉴기니·나우루 등 주변국에 비용을 지급해, 새로 도착한 난민·이주민을 구금하는 강제 수용소를 운영하도록 함으로써 사람들의 고통을 해안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케냐 정부는 치안을 이유로 유럽 및 다른 나라들의 정책을 따라 지난 25년간 유지했던 세계 최대의 난민촌 다다브를 폐쇄할 계획이다. 이 계획은 약 32만5000명의 소말리아 난민들에게 즉각적이고 파괴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들은 소말리아의 전쟁과 치안 불안을 피해 떠나온 사람들이다. 세계 다른 여러 나라들이 이 방식을 본떠 실행한다면 ‘난민’이라는 개념 자체가 소멸할 것이다. 사람들은 전쟁 지대에 갇혀 탈출하지도 못한 채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질문을 던진다. 사람으로 인정받는 이는 누구인가? 타인에 대한 공감은 어떻게 된 것인가? 전쟁과 억압으로 산산조각이 난 사람들의 삶을 위한 연대는 어디로 갔나? 이는 국경없는의사회 같은 구호단체들이 자주 자문하는 내용이다. 우리는 1970년대 이후로 세계 곳곳에서 난민 이주민을 위한 지원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오늘날 유럽 지도자들은 이제 국경 통제의 한 수단으로 인도적 구호 지원과 정치 협상을 연계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멈춰야 할 일이다.

티에리 코펜스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총장
난민들은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며, 유럽과 세계는 난민을 보호하고 망명자들을 받아들일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람들을 위험 속으로 다시 돌려보내지 말아야 한다. 대신, 유럽과 세계가 가진 상당한 자원을 동원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환영하고 보호해야 한다. 그들을 쫓아내려고 다른 나라에 돈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 세계 각국은 가장 취약한 이들을 보호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서 제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티에리 코펜스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총장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기고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