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5.26 20:02
수정 : 2016.05.26 22:39
19대 국회가 막을 내린다. 많은 분석들이 19대 국회가 시급한 법안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식물 국회”라며 주된 이유로 국회선진화법을 지목했다. 과연 그러한가? 정확한 해법은 정확한 분석을 전제한다. 분석이 잘못된다면 문제를 치료할 수 없다.
선진화법은 의결정족수를 5분의 3 이상으로 규정함으로써 기본적으로 여소야대가 쉽게 출현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문제는 여소야대이지 단순히 선진화법이 아니다. 심각한 것은 여소야대가 자주 등장할 수밖에 없는 대통령제하에서 이것이 예외적인 상황처럼 오판하고 독선과 독주로 치닫는 특정 대통령과 특정 야당의 인식과 행동이다.
‘대통령제’는 원래 의회와 대통령이 정부 권력을 나누어 가지는 체제로서 이러한 권력구조의 특징은 의회가 입법하고, 대통령이 집행하는 ‘권력 분립’이며, 대한민국 헌법도 이를 명확히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 제도를 대통령이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대통령중심제’로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분점제에서 여당이 의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경우 문제는 적다. 하지만 야당이 의회를 장악하여 실제 분점정부(divided government)가 탄생할 확률 또한 통상적으로 50%에 이른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여소야대는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 적어도 두 번에 한 번은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사상 최초로 대통령제를 만들어낸 미국의 연방헌법 기초자들은 “독재를 방지하기 위하여” 권력 분립 체제를 고안해냈고, 이를 통하여 의회와 행정부 사이에는 ‘견제와 균형’이 결과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입법부와 행정부 간 견제와 균형은 잘 작동되면 ‘타협의 정치’를 산출하고, 잘못되면 ‘대립과 갈등’을 초래한다. 불행스럽게도 한국에서는 전자보다 후자가 자주 출현했다.
미국은 200년의 역사를 통하여 대체로 ‘타협의 정치’를 만들어냄으로써, 이 신생 제도의 문제점을 운용의 묘로 극복해왔다. 그럼에도 미국에서도 대통령제의 문제점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1960년대 존슨 및 닉슨 대통령은 의회의 전쟁선포권을 우회하여 베트남전에 대통령 독단으로 개입함으로써 ‘제왕적 대통령제’를 노정했다. 또한 불과 3년 전만 해도 오바마 대통령과 하원의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던 공화당의 대립으로 ‘정부 셧다운’이 일어나 일부 정부 기관이 문을 닫고 100여만명의 연방 정부 공무원들이 억지로 휴가를 떠나야 했다.
대통령제는 이를 창안한 제임스 매디슨 등의 기대와 달리 독재를 방지하기보다 독재로 이행하는 지름길로 작동하곤 했다. 대통령은 원래 의회가 통과시킨 법과 정책을 집행하는 역할을 맡게 돼 있지만, 독선적 대통령이 등장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크기나 전문성에 있어서 방대한 행정부를 장악한 대통령에게 기껏해야 수백 명에 불과한 의원들은 자주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한다.
이렇게 대통령제에서는 여소야대가 자주 등장하게 되어 있으며 독선적 대통령이 나타날 경우 독재화, 제왕대통령화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면 이의 해결책은 무엇인가? 대통령제에 내재하고 있는 결함들을 극복하려면 효율성과 책임성이 큰 의회중심제(의원내각제)로 바꾸거나, 대통령과 야당이 상호 절제하여 ‘타협의 예술’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이는 대통령제의 명령이자 국민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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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만학 경희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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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분점정부가 현실화된 20대 국회에서 우리는 달라진 대통령과 달라진 야당의 ‘타협 정치’를 볼 수 있을 것인가? 21세기 대한민국 국민, 이제는 드라마 같은 현실 정치를 졸업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권만학 경희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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