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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5.30 21:22 수정 : 2016.05.30 21:22




매주 일주일에 두 번씩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직원들을 만나는데 ‘광주형 일자리’와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에 대한 설명을 마치면 대략 난감해한다. 광주시에서 자동차공장을 하나 더 짓는 줄 알았는데 광주형 일자리라는 골칫거리를 쑥 내밀고, 전기차 시대의 새로운 산업경쟁력과 고용 전략을 듣고 나면 불안감마저 생기는 모양이다. 하지만 어쩌랴, 이것이 현실인 것을.

당분간 세계경제가 저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청년실업, 가계부채와 환율 및 중국 경기 둔화 등 대내외 요인의 악화로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한 국민적 인식도 크게 부정적이다. 오죽했으면 일자리 절벽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현재의 일자리 역시 매우 나쁘거나 불평등하다. 원청과 하청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는 무려 최대 네 배가 넘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된 고용관계는 임금 격차가 아닌 신분으로 고착되고 있다. 그럼에도 피부에 와닿는 현실 적합한 비전과 실효성 있는 정책이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사회가 경쟁과 포기의 터널을 지나 무시와 차별, 증오와 원한의 사회로 접어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그래서이다. 정치민주화를 선도한 광주에서 다시 새롭게 경제민주화 운동을 시작하자는 게 민선 6기의 제안이었고 지금은 광주형 일자리로 명명되어 주요 시책으로 추진 중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지역의 노사와 행정 및 시민사회가 협력해 노사관계와 생산방식의 혁신을 지향하는 일자리를 창출하며, 사회통합을 강화하는 지역혁신 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므로 노사책임경영을 통한 노사파트너십의 형성과 임금체계 개편 및 적정 임금의 담보, 숙련교육을 통해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한편, 기업하기 좋고 일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주거, 교육, 의료 등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혁신방안을 사회적 합의로 이루어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는 돈은 조금 덜 받되 적게 일함으로써 직무 만족 및 여가 확보로 삶의 질 향상을 꾀할 수 있고, 기업은 노동자의 업무 몰입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로 정규직 중심의 장기 고용이 가능해지는 선순환구조의 안정된 경영이 보장된다.

물론 현재의 노사관계 속에서 꿈같은 얘기일 수 있다. 기업들은 고임금과 저생산성의 대안을 해외에서 찾고 있고, 노동조합은 적극적으로 연대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광주 지역의 노사는 어느 지역보다 먼저 이를 자각하고 공공부문에서는 이미 상당히 진전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담조직 신설과 지원조직 구축, 전문가 집단의 연구 및 노사민정이 참여하는 토론 등으로 행정조직이 연구자들과 노사를 만나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총론적인 동의도 이끌어냈다. 특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통해 고용 안정과 예산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성과도 거두었다. 이는 상호 신뢰와 협력의 사회적 산물이다.

박병규 광주광역시 사회통합추진단장
지난 20년 동안 적지 않은 예산과 인력이 투입된 중앙정부에서도 하지 못한 일을 광주광역시가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사회적 합의의 성공 여부는 힘이 아닌 대화와 토론을 통한 소통과 공유의 다리를 건너야 비로소 만날 수 있는 민주주의의 결과물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광주광역시는 이런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사업에 광주형 일자리를 적용하려고 한다. 공약이어서 지켜야 하는 것도 있지만, 난관에 봉착한 대한민국 경제의 실질적인 해법이 상생의 노사관계를 통한 경쟁력 강화 말고 또 뭐가 있겠는가.

박병규 광주광역시 사회통합추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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