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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21 18:04 수정 : 2016.07.21 21:05

선학태
전 전남대 교수·정치학

20대 국회에 들어 이른바 ‘87년 헌정체제’의 권력구조 개헌론이 공론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87년 헌정체제의 한계가 ‘사람’보다는 제도와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는 듯하다. 나아가 권력독과점에 의한 독치가 아니라 권력분점에 의한 협치를 하라는 4·13 총선 민심의 메시지에 대한 응답으로 이해할 수 있다.

87년 헌정체제는 소선거구제→거대정당 독과점체제→대통령 소속당 단독정부로 이어진 제도적 배열구조에서 연유한 국회-대통령 간 정책·입법 교착상태를 상시적으로 드러낸다. 무엇보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사실상 모든 국가권력을 접수하는 ‘민선황제’로 등극한다. 반면 패자는 ‘정치적 폐족’이 되고 야당은 극도의 정치적 상실감에 빠져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사사건건 정권에 날 선 대립각을 세우며 저항한다. 87년 헌정체제의 이러한 정치적 양극화는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촉발하고 우리 사회의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씨앗이 되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도 87년 헌정체제에 ‘제도적 피로감’을 느끼는 게 사실이다.

헌정체제는 공공정책을 결정·실행하는 권력의 구성·배분에 관한 헌법적·법률적 제도의 앙상블이고 작동하는 과정·절차이다. 그 중심축은 ‘선거제도·정당체제’와 ‘권력구조’이며, 양자는 기능적으로 연동한다. 따라서 헌정체제가 기능적 연계성을 갖는 정치제도의 세트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권력구조만 바꾸려는 접근 방법은 올바른 수순이 아니다. 선거제도와 정당체제 개편 없이 헌법적 권력구조 개편만으로 권력분점에 의한 협치형 헌정체제를 설계하는 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런 관점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 ‘분권형 대통령제’ ‘내각제’ 등 권력구조 중심의 개편이 주요 논쟁의 의제가 돼서는 안 된다. 2002년 개헌(대선과 총선 주기 일치 등) 이후의 프랑스 분권형 대통령제, 특정 정당이 입법부와 행정부를 동시에 장악하는 영국 내각제는 사실상 여야 협치 시스템이 붕괴되는 블록정치로 작동한다. 반면 이원집정부제에 근접하는 독일 내각제, 심지어 제왕적 권력을 부여하는 브라질 대통령 4년 중임제는 좌우 블록의 경계를 넘나드는 정당 간 협치·연정 시스템에 의해 작동한다. 협치형 헌정체제란 권력구조 자체가 아니라 정당 간 권력분점을 견인하는 비례대표제와 이념블록다당제(독일·브라질)로의 개편에 의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포스트 87년 헌정체제’를 어떻게 디자인하면 협치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 두 가지 로드맵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승자독식의 현행 선거제도를 국회의원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대통령 결선투표제로 바꾼다. 연동형 비례제와 결선투표제는 입법연합-정부연합-연정대통령제를 제도적으로 강제하여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재조정하는 강력한 인센티브로 작용한다. 이렇게 했는데도 헌법적 정부제도의 한계가 발생하면 권력구조 개헌 수순을 밟는다. 둘째, 선거제도와 헌법적 권력구조를 동시에 개편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둘 중 더 효율적인 전략을 선택하는 데는 국민적 공론화와 정치권의 정밀한 천착이 필요하다. 다만 협치 연구자들에 따르면, 협치형 헌정공학은 선거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개헌론자들은 정체성과 정책비전이 차별화되는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의 다당체제로 재편할 수 있는 권력분점 선거제도를 먼저 살펴야 한다. 그래야 입법연합과 정부연합을 통해 국회-행정부 간 협치가 제도화될 수 있다. 정당 간 권력분점 선거제도는 어느 권력구조와도 조합이 가능하고 협치형 헌정체제를 이끌 수 있다는 게 협치론자들의 일관된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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