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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01 17:39 수정 : 2016.09.01 20:22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해사연구본부장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서비스가 어렵게 되자 90만개의 20피트컨테이너(TEU) 화주가 대체 선박을 찾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국내 화주는 불황에 수출입 운송 차질까지 빚어져 당혹스럽다. 최근 선박 수급 상황이 빡빡해 대체 수송선을 찾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부산 출발 미국과 유럽 노선 운임이 벌써 2배 정도 오르고 있다. 예상했던 우려가 현실이 됐다. 물동량이 줄어들 겨울을 대비해 대부분의 노선이 서비스를 축소하면서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에 선박이 많으니 대체 수송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본 것은 틀렸다. 화물 수송은 하루가 급하고 선박을 추가하는 등의 노선 재편은 몇 개월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지면 모든 채권과 채무는 동결된다. 하지만 이미 한진해운의 선박이 압류되고 있다. 영업을 통해 채무를 변제해야 하는 한진해운으로서는 참담하다. 상당수의 노선에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할 것이다. 첫째, 압류 위험이 있는 한진해운과 얼라이언스 파트너(전략적 제휴사) 간의 협력 관계가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법정관리를 경험한 팬오션은 10척의 컨테이너 선박 가운데 2척만 남기고 모두 매각하거나 조기 반선했다. 둘째, 시중에 알려진 대로 6천억원 수준의 미지급금에 대한 대비가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법원과 채권단으로부터 회생계획을 승인받기까지 회사를 운영할 현금이 안정적으로 확보돼야 한다. 한진해운이 그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렇게 볼 때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있어도 한진해운이 현재 규모로 회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엔 기업 규모가 상당히 축소되거나 청산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한진해운이 제공하는 안정적 수출입운송서비스와 일자리, 관련업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세계 3대 환적항으로 한 해 약 2천만TEU를 처리하는 부산항의 환적 물동량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한진해운 주도의 부산기항 얼라이언스 노선이 부산항을 빼고 재편성되면 최악의 경우 약 156만TEU의 물동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부산항 환적물동량의 16.4%이며, 이로 인해 1152억원의 부가가치가 상실된다. 이 가운데 노동자 보수가 38%를 차지하여 지역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물동량 감소는 현재 약 5천명에 달하는 부산항 하역 종사자의 일자리도 위협한다. 그 외 조선업과 선박보험 및 검사 등 관련업계 일자리까지 포함하여 약 1만1천개의 일자리 감소가 우려된다. 조선해양의 축소로 위태로운 부산경남 지역에 항만발 고용 충격까지 더해지면 지역경제는 더욱 침체될 것이다. 또한 환적 중심 부산항 건설 투자의 기대 편익도 상실된다.

전국적으로는 이미 나타났듯이 수출 화주의 추가 운임 부담이 연간 약 4407억원으로 예상되고, 해운업 매출도 축소되어 연간 최대 약 8조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이를 부가가치로 계산하면 매년 1조3천억원이다. 한진해운의 생존에 추가로 필요한 금융지원 규모인 3천억원보다 4배 이상 크다. 소위 비용 대비 사회적 편익이 더 크다. 국익의 관점에서 정부 결정을 촉구한다.

한진해운은 정상적인 서비스로 고객의 불편과 해외 이탈을 방지해야 한다. 국내 1위의 책임감을 갖고 40년의 경험을 살려 해운업과 지역경제 피해를 최소화하길 기대한다. 정부는 한진해운의 영업력, 네트워크 등의 가치를 최대한 살려 연매출 40조원, 해양수산 분야 최대 규모인 해운업이 유지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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