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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22 18:48 수정 : 2016.09.22 20:45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

경주지역에서 계속되고 있는 지진으로,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발생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은 명확해졌다. 그동안 핵발전소 추진파를 중심으로 펼쳐졌던 ‘지진 안전신화’ 또는 활성단층 은폐 공작이 정부와 국민의 총체적인 안전불감증을 키운 주범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활성단층의 조사연구 및 건물의 내진 강화 등에 불성실했던 정부의 책임은 가장 막중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늦었지만, 정부는 시급한 대책 마련과 함께 신중하고도 장기적인 내진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첫 지진 발생 전후 1주일간 일시 귀국해 있었던 필자는, 지진규모 5.8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에게 적잖은 혼란과 불안감을 초래한 정부의 대책에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지진대국(?)인 일본에서 약 30년 동안 겪어온 일본의 대책(아직 불완전하지만)과 비교해서 주요한 몇 가지만을 우선 지적해본다.

첫째, ‘조기경보(속보) 대책’이 불완전하다. 지진 발생에서 먼저 나오는 지진파인 피파(P파, 6~7㎞/초)를 감지하여, 곧 이어질 강한 진동의 늦은 에스파(S파, 약 3.5㎞/초)의 도래, 즉 지진 규모를 사전에 경고하는 속보 대책이 불가결하다. 일본에서는 진도 4 이상이 예상되는 경우, 휴대전화기 및 공영방송인 <엔에이치케이>(NHK)를 통해 조기경보를 24시간 전달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복수 지역에 지진계 설치 및 계산장치 등의 예산이 확충되어야 할 것이다. 일본은 진도를 0부터 7까지 10구분(5약, 5강, 6약, 6강)하며, 국내는 1부터 12까지 12구분해 진도 크기는 약간 다르다. 둘째, ‘학교 및 대피소 등의 내진 강화’가 최우선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수용인원이 많은 시설 및 대피소의 내진 강화는 시간을 다투는 문제다.

셋째, 고층건물의 ‘장주기진동’에 대한 내진설계 및 정보전달이 필요하다. 고층건물이 흔들리는 주기는 길어 지진파의 주기와 공진하기 쉬워 공진이 발생하면 긴 시간 동안 건물이 크게 흔들린다. 2011년 일본의 대지진(규모 9.0)이 발생했을 때, 약 770㎞ 떨어진 오사카시에 있는 오사카부(도) 청사 건물(높이 256m)이 장주기진동으로 약 10분간 흔들려, 제일 높은 55층 근처에서 건물이 좌우로 약 2.7m 움직였다. 이때 방화문이 훼손되고 엘리베이터도 정지하였다. 또 약 350㎞ 떨어진 지바현의 석유화학단지에서는 엘피지(LPG)탱크의 화재폭발사고도 일어났다. 2003년 지진(규모 8.0)에서도 약 250㎞ 떨어진 지역의 석유탱크에서 정전기로 화재폭발사고가 일어난 적이 있다.

넷째, 핵발전소의 건물이 일반 건물보다 튼튼한 점은 필자도 인정한다. 그러나 국내의 핵발전소가 최대급 규모의 지진에 대비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특히 70~80년대에 완성된 제2세대 핵발전소의 조기폐로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가령 내진 강화를 하더라도 핵발전소의 기본적인 구조를 바꿀 수는 없다. 핵발전소의 완공이 80년대라도 설계 자체는 ‘약 10년 전’의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고리 3호기 이후의 이른바 제3세대 핵발전소도 지진가속도는 겨우 0.31지(G는 중력가속도)이다. 그런데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하여 짓고 있는 같은 형의 핵발전소는 0.36지이다. 즉, 국내에서는 지진 안전신화를 내세워 건설비 절감이라는 경제성을 우선하였던 것이다.

비록 지진학은 계속 발전해 왔지만, 여전히 활성단층의 위치 및 길이 등의 정확한 확인도, 또 지진 발생의 예측도 불가능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번 지진을 계기로 원자력 기술자 등을 포함한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다시 한번 자연에 대한 겸허한 자세를 되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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