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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26 18:42 수정 : 2016.09.26 18:58

이태수
꽃동네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자고로 복지국가는 중앙정부의 견실한 정책설계와 지방정부의 섬세한 실행력, 그리고 시민들의 참여와 연대 의식, 이 세 가지의 합작품이다.

아직도 복지국가 초기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대한민국. 복지 없이 여기까지 온 것도 신기하지만, 생활의 위기, 노동의 위기, 경제의 위기, 사회의 위기, 그리고 정부의 위기라는 5대 위기 앞에서 복지 없이 더 이상 시민의 삶이 존재할 수 없음은 이제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백번 생각해도 해법은 강력한 복지국가의 구축이다.

이를 위한 세 주체의 현주소는?

중앙정부. 답이 없다.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의 담론을 교묘히 자신들의 것으로 끌어안고 집권한 현재의 집권층이지만 어차피 의지도 설계도도 없었음은 자명하게 드러났다. 유일한 변이 ‘증세 없이는 복지 없다'는 것이었지만, 실제 담뱃세를 포함해 현 정부 들어 명백히 증세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복지는 없다'.

지방정부.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2010년 6·2 지방선거 이후로 지방정부 수장들의 복지 의지는 현격히 높아졌다. 서울시와 자치구들, 성남을 위시하여 지자체 고유의 사업으로 전개하고 있는 사업 수만 해도 5천여개에 이른다.

시민. 여전히 경제와 복지, 감세와 증세, 각자도생과 사회적 연대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있지만 10년, 20년 전에 비하면 복지국가에 대한 수용력은 꽤나 높아졌고 건강한 시민정신을 만들어갈 잠재력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 세 주체 중 현재 가장 걸림돌은 중앙정부다. 복지국가에 대한 의지와 청사진이 없음은 그렇다 치자. 문제는 나머지 두 주체의 가상한 노력까지도 싹을 자르고 있다는 데에 있다. 특히 중앙정부가 방치하고 있는 민생복지를 지방정부라도 행하겠다는데, “방만”, “포퓰리즘”, “유사중복”, “재정파탄” 등의 자극적인 딱지를 붙이고는 근엄하게 하지 말란다. 강행하면? 지방교부세 삭감, 직권취소… 전례없는 강압적 통제조치를 날린다.

하지 말라는 것도 문제지만 하라는 것도 문제다. 올해 들어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섬세한 실행력에 해당하는 복지전달체계의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2018년까지 전국 229개 시·군·구의 읍·면·동 주민센터의 간판을 ‘행정복지센터’(행복센터)로 바꾸고 민관협의체도 만들며 그 조직과 업무도 바꾸란다. 복지 기능을 확대하라는데 정작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의 증원은 평균 1명 남짓하다.

반면, 서울시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로 대도시 서울에 적합한 모형을 만들어 실행하고 있는 중이다. 간호사까지 포함하여 인력을 동당 평균 6.8명씩 충원하여 빈곤위기 가정을 집중적으로 찾아가고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나아가 0살 아기와 65살 어르신이 있는 가정 모두를 주민센터 공무원들이 방문하여 복지욕구를 살피고 필요한 정보와 이용할 서비스를 제시한다. 주민센터의 공간도 주민의 공간으로 되돌리고 각박한 서울에서도 마을공동체의 뿌리를 내리게 하여 자치의 열매를 거둘 수 있게끔 공공이 헌신하도록 한다. 시민이 세금 낸 보람을 느끼게 한다.

사실 중앙정부의 행복센터로의 일괄 변경은 법적 근거도 없다. 지역마다 다른 사정에 대한 고려도 물론 없다. 이 사업을 위한 특별한 추진단도 없다. 시범사업 몇 군데 하다가 갑자기 전국으로 확산하며 인력 한두명 지원하는 식이다.

정책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야 정치인인 집권세력에게 뭐라 할 수 없다. 그러나 거기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는 법. 지방자치는 헌법 제117조가 보장한 것이다. 주민의 복리증진에 책임이 있는 지방정부의 자치권을 집권세력이 너무 하찮게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심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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