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09.29 18:17 수정 : 2016.09.29 20:53

김영훈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

지금 대한민국에는 집권당 대표의 단식투쟁과 임금체계 개편을 둘러싼 노동쟁의가 ‘목적상 불법’이라는 두 가지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음은 물론이다.

대정부 질문을 통해 “무노동 무임금이 적용되는 유일한 집단인 국회의원의 단식은 특권”이라고 했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투쟁에 나서면서 내건 요구는 국회의장 사퇴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시 국회법에 규정된 교섭단체와 ‘협의’ 사항을 위반했다며, “광란의 질주”를 막지 못했다고 격정을 토로했다. 자신들은 차수변경을 하겠다는 의장의 입장만 전달받았을 뿐 동의한 적은 없다고 ‘파업 목적’을 설명했다.

8월 복지부는 중앙정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서울시 청년수당은 “명백한 위법”이며 ‘협의’는 두 기관 간 의견의 합치, 즉 합의나 동의라고 했다.

한편, 근로조건의 결정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사가 대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하고, 불이익하게 변경할 때에는 ‘노사합의’가 있어야 한다. 헌법이 보장한 단체교섭권이다. 현재 노사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모든 사업장은 성과연봉제를 둘러싸고 노사합의는커녕 제대로 된 협의조차 없이 사용자 맘대로 결정해 버린 결과이다. 정부 여당의 주장대로 협의나 합의가 동일한 것이라면 노조가 부동의한다고 했음에도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사용자 쪽은 불법을 저지른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용자가 정리해고를 할 때 진행해야 하는 사전 협의도 당사자들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과연 법해석과 현실은 그러한가. 사용자는 해고하겠다는 의사만 통보해도 협의는 완료했다고 하지 않았나. 문자 한 통으로 졸지에 해고되었던 노동자들은 이제 복직이 되는 것인가. ‘협의’ 규정 때문에 벌어진 여당 대표의 단식투쟁이나 정부의 주장을 접한 노동자들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이번 철도노조 파업을 두고 정부는 법원에서 다투어야 할 임금체계 변경을 쟁의 대상으로 삼았다면서 불법이라고 매도했다. 노사관계를 조정하는 노동법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쟁의가 발생하면 민사소송으로 해결하라 하고 노동법을 지키라고 투쟁하면 우리를 형사법으로 처벌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 정부 노동개혁의 본질이 노동조합이 없는 사회, 정확하게는 노동3권이 부정되는 국가를 만들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이 시민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개인으로 남았던 자본주의 초기 시대로의 역주행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둔갑되는 것은 아닌가. 지금도 절대다수의 일하는 또 다른 우리들은 해고를 각오해야만 노동조합을 할 수 있는 시대이다.

대통령이 ‘깨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기득권’은 일하는 사람 누구나 가져야 할 사회권의 요체인 노동기본권이다. 노동기본권이 부정되는 폐허에 경제민주화의 꽃은 피지 않는다.

근로조건의 핵심인 임금체계를 사용자 일방이 결정할 수 있다면 해고의 조건 역시 사용자 뜻대로 완화될 것이라는 우리의 우려에 정부는 쉬운 해고가 아니라 공정인사라고 했다. 그러나 여당 대표가 단식투쟁을 벌이는 연유도 따지고 보면 공정하지 못한 인사에서부터 촉발되지 않았던가. 권력 주변의 비리에 대해서는 의혹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현 정부가 사용자들의 법 위반은 지도하지 않고 노동조합을 범죄집단으로 매도하고 있으니 공정인사나 개혁으로 포장한들 누구를 설득할 수 있겠는가.

부디 집권당 대표가 호소하는 대한민국의 가치가 노동자들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와 다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의 권리는 우리 모두의 권리이고, 민주주의는 권력자들에게만 허용되는 가치가 아니다.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기고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