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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0.27 18:18 수정 : 2016.10.27 20:16

권영빈
세월호 특조위 상임위원·진상규명소위원장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900일을 한참 넘어 내년 1월이면 1000일이 된다. 여전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9명의 미수습자가 있고 세월호 참사 원인의 진실도 검은 바닷속에 함께 갇혀 있다. 우리는 언제쯤 애끓는 미수습자 가족들과 세월호 피해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까. 정부는 세월호를 인양할 의지가 있기나 한지 점점 의심스러워지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는 연말까지 세월호를 인양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온전한 인양이 될지 우려하며 인양 일정과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7월이면 인양할 수 있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더니,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바꿀 수 있는지 어이가 없다.

2015년 4월, 미수습자 가족들과 유가족들뿐 아니라 전 국민적 요구에 따라 정부는 수중에 있는 세월호 선체를 인양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그해 8월 인양 업체로 중국의 상하이샐비지를 선정하고 올해 7월 인양을 목표로 인양 작업을 시작하였다. 정부는 상하이샐비지의 인력과 장비라면 예상되는 몇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146m 길이에 해저 45m에 있는 세월호를 목표대로 인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였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자신도 유가족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하게 되었다. 유가족들은 수중 세월호와 해저면에 남아 있는 유품들을 수거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고, 국민들은 이제 한숨 돌리게 되었다고 안도하였다. 150m 길이의 러시아 잠수함 쿠르스크호가 침몰했던 수중 108m 해저 펄에서 6개월 정도 작업을 거쳐 인양에 성공한 외국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그 뒤로 지금까지 정부는 세월호 인양을 위한 기술 검토, 업체 선정, 세부적 공정, 선체 활용 계획, 미수습자 수습 계획에 이르는 전 과정을 밀실에서 소리 소문 없이 진행해왔다. 언제나 미수습자의 신속한 수습을 위한다는 미사여구뿐, 인양 작업 중 정부가 밝힌 일정대로 진행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예상치 못한 기술적 결함’, ‘예상치 못한 기상 상태’, ‘예상치 못한 해저면 상태’, ‘예상치 못한 조류’ 등을 핑계로 세월호 인양 지연이 정부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였다.

마침내 세월호 인양 작업의 총괄책임부처인 해양수산부 장관이 최근 “연내 인양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고야 말았다. 이것은 너무나 충격적인 소식인데도 정부는 공식 브리핑이 아니라 해수부 장관의 특정 매체 인터뷰라는 이상한 방식을 택했다. 매우 비겁한 행위다. 혹시라도 세월호 선체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정말 세월호를 인양할 의지가 있었다면, 진정 미수습자 가족들과 유가족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있다면, 정부는 스스로 1년도 훨씬 전부터 공언했던 ‘7월 인양’의 실패에 대해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 그리고 국민 앞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적어도 자신의 ‘허언’과 ‘희망고문’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인양 과정과 세부 공정을 투명하게 밝히면서 국민과 함께하는 세월호 인양을 선언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정부는 무능하고 무책임했을 뿐 아니라 솔직하지도 않았다.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그래도 국민을 책임지는 ‘정상적’ 정부라면 이제라도 ‘온전한 인양’을 위해 인양 과정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나아가 인양 작업 중 세월호 선체를 얼마나 손상시켰는지 국민에게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정부가 처음부터 세월호를 인양할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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