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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1.17 18:23 수정 : 2016.11.17 20:44

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며칠 전 미국 부시 행정부의 고위 관료를 지낸 빅터 차가 내한해 미국이 대북제재 조처로 ‘세컨더리 보이콧’을 채택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것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니고, 중국이 대북제재에 더 적극 참여하라는 경고성 메시지로 알려진 지는 오래되었다. 우리는 중국을 겨냥한 이런 경고성 메시지에 동참해 미국과 덩달아 춤을 추면 안 된다. 춤을 추기 전에 미국의 장단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춤추기 부적합한 곡이면 우리는 무대에 올라서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왜 이 장단에 맞춰 춤을 춰 보이는 듯 보였을까. 중국은 북한과 거래해온 자국 기업인 ‘훙샹’그룹에 대해 자체 조사를 벌이고 법적 조처를 취했다. 그리고 그룹 대표를 구속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체면을 살리기 위한 조처에 불과했다.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의 후과가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중국도 당시 일련의 대북제재 조처를 채택하던 터였고 유엔에 사상 처음으로 제재 보고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장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은 자체 제재 조처로 채택하더라도, 이를 국외 기업이나 외국인 개인에게 적용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중국을 향해 지금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을 운운하는 것은 ‘경고성 메시지’에 불과하다. 즉, 중국이 대북제재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를 공론화하여 중국의 국제적 위신과 체면을 떨어뜨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을 채택하면 미국의 제재 대상국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이나 기업인이 미국의 법적 구속을 받아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미국 조세법부터 무역법, 상거래법 위반 사항 등에 저촉되는 부분에 대한 미국의 법적 처벌을 포함한다. 즉, 해외 기업이나 기업인(외국 국민)이 제재 대상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미국 법률의 ‘치외성’(extraterritoriality)의 합법 및 적법 여부가 논쟁 대상이다. 미국엔 그런 권력이 없다고 역으로 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은 성공한 사례도 거의 없고 성공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이 이를 적용한 사례는 이란과 쿠바의 경우다. 이란은 그래도 국제사회의 암묵적 협조로 시행됐고, 그리고 제재 품목이 원유였던 만큼 큰 위법 사항이나 거래도 없었다.

그러나 쿠바의 경우는 달랐다. 미국은 1996년 이른바 ‘헴스-버턴법’(Helms-Burton Act of 1996)을 채택해 쿠바와 거래하는 외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가능케 했다. 그러나 멕시코와 캐나다 등과 같은 국가는 국제법과 국제주권 정신을 위배한다 해서 이 법의 준수와 수용을 거부하고 자신들만의 법안을 채택하여 불이익을 피해가는 대응조처를 마련했다. 또한 미국의 중요한 무역파트너 유럽연합(EU) 역시 ‘헴스-버턴법’의 반대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동 법안의 치외법권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기소하면서 중재를 요청했다.

이런 압박으로 인해 클린턴 미 대통령은 1996년 7월16일 동 법안의 조항에서 미 법원에서 외국 기업에 대한 민사소송 가능 조항의 발효시기를 6개월 후로 미뤘다. 그럼에도 캐나다와 유럽연합은 세계무역기구에 동 법안의 중재를 재요청했다. 유엔은 또다시 미국의 쿠바 봉쇄 규탄 결의서를 채택해 이를 무력화했다.

만약 미국이 대북 제재와 관련해 세컨더리 보이콧을 채택한다면 중국도 아마 유사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여 북한과의 거래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최소화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의 ‘경고성 메시지’를 마냥 따라가기에는 우리에게 초래될 결과 부담이 실로 크다. 미국의 대북 행보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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