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민주공화국을 떠받치는 정당성의 두 기둥은 대통령과 국회이다. 어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하면서 의회권이 대통령권의 정당성 상실을 확인한 셈이다. 지난 50여일 동안 6번의 촛불집회와 수차례의 청문회, 그리고 무수한 언론 보도와 정치권의 갑론을박을 거치면서, 이러한 거역하지 못할 역사적 종착점으로 공동체로서의 우리가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국회가, 좀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시민의 힘과 광장의 목소리에 이끌려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켰다는 데에 희열과 승리감과 자신감이 없을 수 없다. 불과 수십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군부를 걱정하고 폭력 진압과 고문을 우려했겠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 민주주의 제도화의 강건함과 시민의식의 성숙함은 그것을 훨씬 넘어서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시민의 목소리가 어떤 형태로건 국회를 이끌고 여기까지 온 것은 뿌듯하고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이다.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탄핵안의 통과는 다만 새로운 시작일 따름이라는 사실이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것이 종착역이 아니라는 말은 단순히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아직 남 아있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오늘 우리의 최종 목표가 단순히 대통령의 교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모차와 어린 자녀들을 이끌고 광장으로 나왔던 분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런 나라를 아들딸에게까지 남겨주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가장 시급하게 지적할 문제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여전히 더디고 미진하다는 점이다. 주요하게는 탄핵소추안 가결이 청와대와 대통령의 법적 정치적 책임을 면하게 해주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을 더 면밀하고 정직하게 밝혀야 할 임무를 부여한다는 사실이다. 더 나아가, 미래의 우리 정치공동체의 모습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과제는 과거의 과오와 실패에서 배우지 않는다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검을 통해, 그리고 헌법재판소를 통해 자세히 밝혀지고 판단될 법적 책임과 처벌에 대해서는 길게 이야기하지 않겠다. 다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현재의 국정공백과 불확실한 정치일정이 국민에게 주는 불안감을 생각한다면 특검과 헌법재판소는 적어도 향후 일정과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밝힐 것을 제안한다. 또한 이러한 법적 절차와는 무관하게, 현 행정부의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정치적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개성공단 폐쇄가 왜 통일부의 알려진 의견과는 달리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사드 배치가 주무부처들의 어떤 토론 과정과 고려사항들을 거쳐 결정되었는지,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어떻게 전격적으로 결정되었는지 등의 문제는 법적 책임의 문제는 아닐 수 있지만, 해당 사안들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박근혜 정부가 보여준 정부 시스템의 여러 문제를 모두 응축하고 있는 예들이기 때문이다. 이상의 사안들은 우리 헌법이 국회에 부여하고 있는 국정조사권의 영역에 충분히 들어가며, 앞으로 시간과 인내를 가지고 밝혀나가야 할 문제일 것이다. 누구를 감옥에 보낼 수도 없고 향정신성 의약품만큼 언론의 주목을 받지는 못하겠지만, 예컨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사드 배치 발표 때 왜 바지 수선을 하고 있었는지를 밝히는 일이야말로 청와대 비서실의 문제와 정부 부처의 실패를 밝히는 일이 될 것이며, 우리가 그 실패들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한 제2, 제3의 박근혜 정부가 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촛불시위를 통해 시민들이 보여준 참여의식과 그 과정에서 체감하고 느끼게 된 연대의식이 기억되기를 바란다. 광장 옆자리의 낯선 동료 시민들에게 어렵지 않게 말 걸 수 있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던 장면을 기억한다면 정치는 멀리 있지 않고 때로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도 기억할 것이다. 그런 참여와 연대의 역사적 경험에 비하면 탄핵안 가결은 지나가는 조그만 사건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칼럼 |
[기고] 탄핵은 시작일 따름이다 |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민주공화국을 떠받치는 정당성의 두 기둥은 대통령과 국회이다. 어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하면서 의회권이 대통령권의 정당성 상실을 확인한 셈이다. 지난 50여일 동안 6번의 촛불집회와 수차례의 청문회, 그리고 무수한 언론 보도와 정치권의 갑론을박을 거치면서, 이러한 거역하지 못할 역사적 종착점으로 공동체로서의 우리가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국회가, 좀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시민의 힘과 광장의 목소리에 이끌려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켰다는 데에 희열과 승리감과 자신감이 없을 수 없다. 불과 수십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군부를 걱정하고 폭력 진압과 고문을 우려했겠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 민주주의 제도화의 강건함과 시민의식의 성숙함은 그것을 훨씬 넘어서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시민의 목소리가 어떤 형태로건 국회를 이끌고 여기까지 온 것은 뿌듯하고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이다.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탄핵안의 통과는 다만 새로운 시작일 따름이라는 사실이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것이 종착역이 아니라는 말은 단순히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아직 남 아있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오늘 우리의 최종 목표가 단순히 대통령의 교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모차와 어린 자녀들을 이끌고 광장으로 나왔던 분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런 나라를 아들딸에게까지 남겨주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가장 시급하게 지적할 문제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여전히 더디고 미진하다는 점이다. 주요하게는 탄핵소추안 가결이 청와대와 대통령의 법적 정치적 책임을 면하게 해주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을 더 면밀하고 정직하게 밝혀야 할 임무를 부여한다는 사실이다. 더 나아가, 미래의 우리 정치공동체의 모습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과제는 과거의 과오와 실패에서 배우지 않는다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검을 통해, 그리고 헌법재판소를 통해 자세히 밝혀지고 판단될 법적 책임과 처벌에 대해서는 길게 이야기하지 않겠다. 다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현재의 국정공백과 불확실한 정치일정이 국민에게 주는 불안감을 생각한다면 특검과 헌법재판소는 적어도 향후 일정과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밝힐 것을 제안한다. 또한 이러한 법적 절차와는 무관하게, 현 행정부의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정치적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개성공단 폐쇄가 왜 통일부의 알려진 의견과는 달리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사드 배치가 주무부처들의 어떤 토론 과정과 고려사항들을 거쳐 결정되었는지,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어떻게 전격적으로 결정되었는지 등의 문제는 법적 책임의 문제는 아닐 수 있지만, 해당 사안들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박근혜 정부가 보여준 정부 시스템의 여러 문제를 모두 응축하고 있는 예들이기 때문이다. 이상의 사안들은 우리 헌법이 국회에 부여하고 있는 국정조사권의 영역에 충분히 들어가며, 앞으로 시간과 인내를 가지고 밝혀나가야 할 문제일 것이다. 누구를 감옥에 보낼 수도 없고 향정신성 의약품만큼 언론의 주목을 받지는 못하겠지만, 예컨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사드 배치 발표 때 왜 바지 수선을 하고 있었는지를 밝히는 일이야말로 청와대 비서실의 문제와 정부 부처의 실패를 밝히는 일이 될 것이며, 우리가 그 실패들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한 제2, 제3의 박근혜 정부가 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촛불시위를 통해 시민들이 보여준 참여의식과 그 과정에서 체감하고 느끼게 된 연대의식이 기억되기를 바란다. 광장 옆자리의 낯선 동료 시민들에게 어렵지 않게 말 걸 수 있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던 장면을 기억한다면 정치는 멀리 있지 않고 때로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도 기억할 것이다. 그런 참여와 연대의 역사적 경험에 비하면 탄핵안 가결은 지나가는 조그만 사건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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