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전남대 교수·정치학 새로 선출될 19대 대통령은 누가 되어도 여소야대 국회에서 집권당 의석수가 과반에 미달할 공산이 큰 소수파 대통령이 된다. 당장 국무총리 인준부터가 쉽지 않다. 적폐청산 개혁입법도 만만치 않을 게 분명하다. 더구나 ‘촛불시민혁명의 제도화’를 위한 국가 대개혁에 반대당의 거센 견제가 예상된다. “촛불혁명이 그 어머니를 배반”하는 역설이 현실화될 수 있다. 탈출구는 뭘까? 무릇 민주주의의 본질은 ‘무엇’보다는 ‘어떻게’에 있다. ‘무엇’의 성패는 ‘어떻게’에 의해 좌우된다. 그런데도 유력 대선 주자들은 차기 정부의 정책·개혁이 어떠해야 하고 무엇이어야 한다며 사자후를 토한다. 그러나 대통령에 당선돼 국회와 협치 기제를 작동시키지 못하면 진선진미한 정책비전도, 금과옥조와 같은 명품브랜드 법안도, 대탕평의 드림팀 내각도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유감스럽게도 대선 주자들은 정책·개혁 공약을 어떻게 의제화·입법화하겠다는 국정 ‘협치의 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소수파 대통령이 여소야대 5당체제의 국회를 상대로 택할 수 있는 협치전략에는 두 유형이 있다. 하나는 저강도 협치전략이다. 소수파 대통령이 야당과 ‘주고받는’ 식의 흥정 거래를 통해 법안을 통과시키는 협조입법(logrolling) 혹은 원내 야당과 정책조정 입법연합을 이끌어내는 전략이다. 다른 하나는 고강도 협치전략이다. 소수파 대통령이 야당과 각료 배분, 정책 합의, 정책 갈등 조정방식 등을 포괄하는 연정협약을 체결하여 정부연합-입법연합의 소연정/대연정을 구성하는 전략이다. 그런데 국회선진화법의 ‘신속안건처리제’는 여야 쟁점 법안인 경우 국회-대통령 간 합의제 입법협치를 제도적으로 강제한다. 따라서 소수파 대통령-집권당은 정책별·법안별로 협치 파트너 정당들을 번갈아 교체하며 입법화를 진행하는 저강도 협치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저강도 협치전략은 가히 예술 수준의 정교한 협치 기술·리더십과 불가항력의 엄청난 정치적 거래 비용을 요구할 것이다. 그렇다면 고강도 협치의 작동이 소수파 대통령에겐 ‘선택’ 아닌 ‘필수’로 떠오른다. 시대적 개혁의제들의 입법 과정이 원천봉쇄되는 ‘외통수’ 형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국가 위기 관리와 국가 대변혁이라는 막중한 소명을 부여받은 19대 소수파 대통령의 전략적 국정운영 옵션은 국회 180석의 정치력을 동원할 수 있는 대연정 실험이다. 20대 국회 5당체제 하에서 소수파 대통령이 집권당 단독으로 국정을 운영하려는 야망은 정치적 양극화를 촉발하는 패권정치의 전형이다. 자유주의 진보세력-사민주의 세력-자유주의 보수세력 간, 이념 블록을 뛰어넘는 대연정 협치 공간이 탐색돼야 하는 이유이다. 다만 다수 국민은 박근혜 탄핵에 반대한 정치세력을 연정 파트너로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대연정은 권력을 독점하는 제왕적 대통령을, 권력·책임을 분점하는 연정 대통령으로 바꾸는 최상의 협치·공치 기제이다. 무엇보다 국회-대통령 간 유기적인 협치를 유인하는 연결고리로 작동한다. 권력은 ‘양날의 칼’이다. 잘 쓰면 국민을 행복하게 하지만 잘못 쓰면 권력자 자신은 물론이고 나라를 불행하게 한다. 이런 권력의 양가적 속성을 공공성·공화성으로 바꾸는 방법은 권력분점·협치이다. 유럽 민주주의가 이를 웅변한다. 부자지간에도 나눌 수 없다는 권력. 사실 권력독점을 눈앞에 둔 유력 대선 후보가 야당과 권력을 공유하겠다는 공약은 쉽지 않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통령 민주주의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개척자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다.
칼럼 |
[기고] 소수파 대통령의 협치 / 선학태 |
전 전남대 교수·정치학 새로 선출될 19대 대통령은 누가 되어도 여소야대 국회에서 집권당 의석수가 과반에 미달할 공산이 큰 소수파 대통령이 된다. 당장 국무총리 인준부터가 쉽지 않다. 적폐청산 개혁입법도 만만치 않을 게 분명하다. 더구나 ‘촛불시민혁명의 제도화’를 위한 국가 대개혁에 반대당의 거센 견제가 예상된다. “촛불혁명이 그 어머니를 배반”하는 역설이 현실화될 수 있다. 탈출구는 뭘까? 무릇 민주주의의 본질은 ‘무엇’보다는 ‘어떻게’에 있다. ‘무엇’의 성패는 ‘어떻게’에 의해 좌우된다. 그런데도 유력 대선 주자들은 차기 정부의 정책·개혁이 어떠해야 하고 무엇이어야 한다며 사자후를 토한다. 그러나 대통령에 당선돼 국회와 협치 기제를 작동시키지 못하면 진선진미한 정책비전도, 금과옥조와 같은 명품브랜드 법안도, 대탕평의 드림팀 내각도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유감스럽게도 대선 주자들은 정책·개혁 공약을 어떻게 의제화·입법화하겠다는 국정 ‘협치의 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소수파 대통령이 여소야대 5당체제의 국회를 상대로 택할 수 있는 협치전략에는 두 유형이 있다. 하나는 저강도 협치전략이다. 소수파 대통령이 야당과 ‘주고받는’ 식의 흥정 거래를 통해 법안을 통과시키는 협조입법(logrolling) 혹은 원내 야당과 정책조정 입법연합을 이끌어내는 전략이다. 다른 하나는 고강도 협치전략이다. 소수파 대통령이 야당과 각료 배분, 정책 합의, 정책 갈등 조정방식 등을 포괄하는 연정협약을 체결하여 정부연합-입법연합의 소연정/대연정을 구성하는 전략이다. 그런데 국회선진화법의 ‘신속안건처리제’는 여야 쟁점 법안인 경우 국회-대통령 간 합의제 입법협치를 제도적으로 강제한다. 따라서 소수파 대통령-집권당은 정책별·법안별로 협치 파트너 정당들을 번갈아 교체하며 입법화를 진행하는 저강도 협치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저강도 협치전략은 가히 예술 수준의 정교한 협치 기술·리더십과 불가항력의 엄청난 정치적 거래 비용을 요구할 것이다. 그렇다면 고강도 협치의 작동이 소수파 대통령에겐 ‘선택’ 아닌 ‘필수’로 떠오른다. 시대적 개혁의제들의 입법 과정이 원천봉쇄되는 ‘외통수’ 형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국가 위기 관리와 국가 대변혁이라는 막중한 소명을 부여받은 19대 소수파 대통령의 전략적 국정운영 옵션은 국회 180석의 정치력을 동원할 수 있는 대연정 실험이다. 20대 국회 5당체제 하에서 소수파 대통령이 집권당 단독으로 국정을 운영하려는 야망은 정치적 양극화를 촉발하는 패권정치의 전형이다. 자유주의 진보세력-사민주의 세력-자유주의 보수세력 간, 이념 블록을 뛰어넘는 대연정 협치 공간이 탐색돼야 하는 이유이다. 다만 다수 국민은 박근혜 탄핵에 반대한 정치세력을 연정 파트너로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대연정은 권력을 독점하는 제왕적 대통령을, 권력·책임을 분점하는 연정 대통령으로 바꾸는 최상의 협치·공치 기제이다. 무엇보다 국회-대통령 간 유기적인 협치를 유인하는 연결고리로 작동한다. 권력은 ‘양날의 칼’이다. 잘 쓰면 국민을 행복하게 하지만 잘못 쓰면 권력자 자신은 물론이고 나라를 불행하게 한다. 이런 권력의 양가적 속성을 공공성·공화성으로 바꾸는 방법은 권력분점·협치이다. 유럽 민주주의가 이를 웅변한다. 부자지간에도 나눌 수 없다는 권력. 사실 권력독점을 눈앞에 둔 유력 대선 후보가 야당과 권력을 공유하겠다는 공약은 쉽지 않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통령 민주주의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개척자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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