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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5.04 18:32 수정 : 2017.05.04 21:14

이순기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연구소 부장

오는 5월9일은 19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어느 때보다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많아지는 시기지만 선거권이 없는 아동에게 차기 정부에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지 물어보는 이는 많지 않다.

최근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굿네이버스는 아동을 위한 정책에 대하여 당사자인 아이들의 생각을 직접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초·중·고 학생 대표 27명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진행해 지금 대한민국의 점수는 몇 점인지 물었다. 이들 중 일부는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점,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시민들이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70, 80점의 비교적 높은 점수를 답변했다. 반면 심각한 빈부격차, 개성을 존중하지 않는 교육체계 등을 이유로 50점 이하의 낮은 점수를 답한 아이들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아이들이 ‘대한민국’에 매긴 점수는 평균 52점에 불과했다.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미안함이 몰려왔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과 우리나라 정책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것이 아이들에게 어려운 요구가 아닐까 염려했지만 기우였다. 아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에 그 누구보다 적극적이었고, 그 시간을 즐거워했다.

지난해 굿네이버스는 전국 16개 시·도 내 아동 8915명을 대상으로 ‘아동권리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 ‘사회 및 정치 문제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약 87%의 아동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실제 정책에 대한 의견을 표현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한 아동은 약 4%에 그쳤다.

이렇게 정치와 사회에 관심이 높은 아이들이 의견을 표현하고, 사회에 참여하는 경험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동 청소년 인권실태조사’(2016)에서는 학교 및 사회에서 청소년들의 참여가 어려운 요인으로 아동을 미성숙한 존재로 보는 사회 편견과 참여 활동에 대한 정보 부족, 참여 기회와 방법 부재 등이라고 답변한 비율이 높았다. 즉, 우리 사회는 아이들을 돌봄과 지도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그들의 의견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인터뷰에서 아이들은 믿음직한 대통령, 실천하는 공약을 제시하는 책임감 있는 대통령을 기대하며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그 의견들은 아동을 위한 것뿐 아니라 부모님, 친구, 나아가 우리 사회 전반을 위한 내용이었다. 교육 환경과 제도, 놀이 환경, 차별 및 학교폭력, 아동학대,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 그리고 미래의 진로와 취업 고민까지….

굿네이버스는 이 의견들을 9가지 ‘아동정책공약’에 담아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이 공약들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묻는 ‘똑똑똑, 아이들의 정책을 부탁해’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캠페인에서 모아진 국민들의 의견은 굿네이버스가 차기 정부에 전달해 아동정책에 반영해줄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올해 선거에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인터뷰에 참여한 아동들의 절반은 제19대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선거권자가 된다. 이들은 성인이 되어 19대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가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아동들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정책을 시행했는지 평가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기억하면서 미래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훗날 아동들에게 대한민국의 점수를 물어보았을 때에는 지금보다 아동들에게 희망을 보여주는 대한민국으로 평가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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