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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6.07 19:43 수정 : 2017.06.07 20:52

구복실
인천부흥중학교 학생안전부장 교사

“체육대회 날 화장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학교의 체력단련실은 누가 쓸 수 있나요”, “급식의 메뉴를 우리가 정하도록 해 주세요”. 새로운 대통령이 출범하고 학교에도 학생들의 요구가 줄을 잇는다. “화장은 안 돼”라는 학생부의 답변이 있었지만 “1년에 한 번뿐인 체육대회인데 그럼 우리도 촛불시위 할 거예요”라며 대놓고 시위(?)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학생부장에게 휴대폰 문자와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간절한 소망(?)을 애교로 설명하기도 한다. 체육대회 날 화장은 적극적으로 단속하지 않는 것으로 학생들의 요구를 무마하기는 했지만 학생들이 달라졌다.

시민 촛불이 대통령의 탄핵을 만들어 내고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과정을 보면서 국민들은 모두 해냈다, 뿌듯하다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새로운 대통령이 내놓는 정책들은 정상적인 것이었지만 전혀 새롭게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아, 이렇게 변할 수도 있구나. 너나 할 것 없이 새로운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교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게 논란을 만들고 학교 현장을 정치적 투쟁의 장으로 만들었던 역사국정교과서가 대통령의 지시로 폐기되고, 법적으로 절대 안 된다는 세월호 희생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이 대통령의 지시로 법적 문제가 사라지는 현실을 경험하면서 학교 현장에서도 교육청 마음대로, 교장 마음대로는 못 하겠구나, 교사들의 의견이 반영되겠구나 하는 희망이 생겼다.

하지만 이런 희망은 어른들만 얻게 된 것이 아니었다. 학생들도 지난 국정농단 사태와 촛불시위, 그로 인해 바뀌는 세상에서 똑같은 수혜자인 것이다. 학생들이 촛불시위 현장에 참여하기도 했고 아직 어린 중학생들은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통해 그 많은 과정들을 모두 겪었다. 2017년 5월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망설임 없이 이런 요구들을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분명 이들이 촛불세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국정농단의 정부에서 학교 현장의 교사는 박근혜 정부 갑질의 피해자로서 이제는 그런 스트레스는 없겠다고 생각했지만 학생들이 우리와 같은 생각으로 그들의 요구를 말하게 되는 것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는 학생들에게 무조건 “안 돼”라는 말은 더 이상 해서는 안 되는 시대이다. 충분히 설명하고 교사도 잘못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며 “미안하다”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왜요?”라는 말에 윽박지르며 권위를 내세우는 시절은 지나갔다. 우리는 모두 세대를 넘는 촛불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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