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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6.29 18:18 수정 : 2017.06.29 20:56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손잡고 운영위원

지난 2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문재인 대통령이 등장했다. 대통령은 “손해배상과 가압류의 남용은 노동3권을 무력화시키는 부당한 처사”라며 “이러한 현실을 국민의 힘으로 바꾸어 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당시 현장을 취재한 언론들은 이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영상으로만 기자회견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시절,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손배가압류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의 제안에 문재인 대통령은 이처럼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영상은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시절의 발언을 촬영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악화되었다. 회사는 노동조합의 파업을 유도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노동조합이 쟁의에 들어가면 쟁의 기간에 발생한 손실을 과도하게 책정해서 청구한다. 그 금액은 한 노동조합이 감당하기에는 불가능한 과도한 액수다. 작은 노동조합에 수십억원을 청구하고, 법원이 이를 인정한다. 이를 감당할 노동조합이 어디 있으며, 이런 압박에서 자유로운 노동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현실이 이렇다 보니 손해배상 청구를 앞세워서 비정규직 노동조합에는 근로자 지위확인 청구 소를 취하하도록 종용하거나, 노동조합에서 탈퇴하면 손배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회유한다. 한 노동조합은 회사의 부당노동행위가 법원에서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3년 동안 30억원을 갚아야 한다. 그래서 노동조합원들은 10개월째 매일 잔업철야를 밥 먹듯이 하면서 이를 갚아나가고 있기까지 하다.

‘손잡고’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손해배상 청구 금액이 총 1867억원이었고, 가압류는 총 179억원에 달했다. 24개 노조에 65건의 손배가압류는 박근혜 정권에서 최고 기록을 거듭 경신해왔다.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가장 위력적인 무기로 등장하여 악용되고 있는 손배가압류에 저항해서 노동자들은 목숨을 끊기까지 했지만, 기업과 정부기관, 법원이 카르텔을 형성해 가하는 수법은 날로 잔인해지고 있다. 노동조합을 하기 위해서는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노동조합 파괴 목적의 손배가압류는 적폐 중의 적폐다. 이 제도를 그대로 놔두고는 경제민주화도, 사회복지 국가도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법원의 태도가 변해야 한다. 법원이 일방적으로 기업인의 편이 되어왔고, 노동 적대의 태도를 강화해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 다른 민사소송에서는 청구인인 원고가 손해를 입증토록 하고 있으나 이 경우에는 오히려 입증책임을 노동조합에 전가하고 있어서 문제다.

다음으로 정부가 바뀌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노조 파괴 목적의 손배가압류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단속해야 한다. 국회는 환경노동위원회에 발의되어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3조 개정안을 즉각적으로 심의하여 처리해야 한다. 노조법 3조 개정안은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를 넓히고 노동자 개인에게 손배 청구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손배가압류를 당한 사업장 노동자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고 한다. 이들이 좌절 끝에 다시 목숨을 거는 행동을 할까 두렵다. 그래서 ‘손잡고’와 양대 노총은 손배가압류 실태를 정부와 공동으로 조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으로 노동자의 목줄을 죄는 잔인한 범죄에 공모하는 짓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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