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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17 18:05 수정 : 2017.08.17 20:41

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최근 한반도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도입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나아가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16일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억지력 강화를 위해 전술핵무기 재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기 위한 임시방편의 협상용으로 전술핵무기 재도입을 주장한다.

어떤 이유에서건 한반도에 미국의 전술핵무기가 재도입되었을 경우 벌어질 일들을 그려보자.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최근 한반도 사드배치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도입해야 할 전술핵무기의 종류와 숫자, 배치 지역 선정과 운영관리 비용 등의 문제가 우선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전례는 세계사적으로 전무하지만 설사 협상용으로 재도입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북한이 핵협상에 응할 것이라는 점을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한반도 전술핵무기 재도입 과정에서 우리가 맞닥뜨릴 동맹갈등이나 남남갈등은 표면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전술핵무기 재도입 논의에서 핵심적인 쟁점은 이제껏 한 번도 진지하게 논의되지 않았던 핵전략과 그것이 한반도 평화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다. 역사적 사례를 보더라도 모든 핵무기 배치에는 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필연적으로 그와 연동된 핵전략이 미리 기획되어 있다. 한반도 전술핵무기 재도입을 우려하고 이를 반대해야만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원래의 취지나 목적과는 달리 한반도 전술핵 재도입은 핵전략에 따라 한반도에 국한된 제한핵전쟁의 가능성을 높이고 그로 인해 구조화된 공포와 공포 속의 불안감을 확산시킬 것이다.

역사적 사실과 사례를 기억해 보자. 지난 냉전시대 미국은 소련의 위협으로부터 서유럽을 보호하기 위해 나토(NATO)라는 동맹을 만들었다. 미국은 나토 억지력 강화 차원에서 대량보복전략이라는 핵전략에 입각해 1953년부터 서유럽에 전장핵무기를 도입·배치해 왔다. 그러나 소련의 핵능력이 증강됨에 따라 나토의 핵전략은 변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미국은 자신의 본토를 안전하게 하면서도 서유럽 방위를 위해 소련과 핵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핵전략을 수립하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유연반응전략이었다. 서유럽 국가들 입장에서 이 전략은 유럽 지역으로만 국한된 제한핵전쟁을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유연반응전략은 “미국은 과연 프랑스 파리를 위해 워싱턴이 불바다가 되는 것을 감내할 것인가?”라는 드골의 유명한 명제가 나오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이러한 드골의 발언은 미국의 핵우산정책에 대한 깊은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 상황에 따라 나토의 핵전략이 동맹보다 미국의 안전을 우선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반도 전술핵무기 재도입이 이루어진다면 미국의 한반도 전술핵전략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목적과 방향으로 핵전략 설계도를 그릴 수 없을뿐더러 설계도면조차 보기도 힘들 것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핵전략 차원에서 우리의 주도적 역할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의 핵무장을 주장하는 것이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한반도 전술핵무기 재도입이나 한국의 핵무장은 한반도 위기의 해결책은 고사하고 결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튼튼한 보호막이 될 수 없다. 두 번 다시는 이 땅에서 전쟁은 있을 수 없다는 온 국민의 평화에 대한 염원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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