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스파트너즈 대표·전 국민연금 감사 국민연금공단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선관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해 관련자들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하지만 정권의 압력이 없었다면 과연 국민연금은 어떤 의사결정을 했을까? 어쩌면 시장의 힘 있는 이해관계자(통상 대주주들이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동일한 의사결정을 했을 수도 있다. 시장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이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읍소일 수도 있고, 소위 전문적이라고 하는 회계법인들의 가치평가 자료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가치평가란 늘 미래의 불확실성을 내포하기 때문에 평가자의 주관적인 관점이 내재한다. 절대로 객관적일 수 없다. 투자행위는 투자자의 주관적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 동일한 조건이라고 해서 누구나 동일하게 투자하지 않는다.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개별적으로 다 다르다. 따라서 투자에는 투자자의 철학이 있는 법이다. 투자 철학은 투자자가 어떤 관점에서 어떤 투자를 선택하고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는가 하는 개별 행위들을 규제하고 결정하는 데 기준이 되는 최상위의 가치이다. 국민연금의 투자 철학은 무엇인가? 국민연금은 수익성·안정성·공공성이라는 투자 원칙을 기금운용지침으로 두고 있다. 그러나 이는 투자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일 뿐, 투자 철학은 아니다. 연금은 이미 600조원에 이르는 거대 기금이 되었고,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기금이 아무런 철학도 없이 운용된다면 연금이 국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게 된다. 국민연금은 위험-수익이라는 투자의 일반적인 원칙만으로 운용해서는 안 된다. 가령 대기업 중심의 안전한 투자를 할지, 새로운 먹거리가 될 중소기업을 키우는 데에 좀 더 방점을 찍어 투자할지는 전적으로 어떤 사회적 가치와 철학을 갖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투자, 그 너머를 보라.” 이 슬로건은 국부펀드로서 투자를 잘한다고 알려진 싱가포르 테마섹의 보고서에서 따왔다. 글로벌하게 움직이는 대부분의 국부펀드나 연기금은 다 나름의 투자 철학을 가지고 있다. 자기 이익의 극대화를 위한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과는 다른 ‘사회책임 투자’ ‘임팩트 투자’ 등 사회적 가치를 담고 있다. 국민연금은 온 국민이 가입자이며 한국 경제와 긴밀한 관련이 있는 공공의 자본이지 마냥 내 이익의 극대화만 추구해도 되는 개인들의 돈이 아니다. 늦었지만 국민연금도 이제 본격적으로 사회적·경제적 영향을 어떤 방향으로 만들지, 국민적으로 합의된 가치관에 기초해 철학을 정립할 때다.
칼럼 |
[기고] 투자, 그 너머를 보라 / 노금선 |
㈜이오스파트너즈 대표·전 국민연금 감사 국민연금공단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선관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해 관련자들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하지만 정권의 압력이 없었다면 과연 국민연금은 어떤 의사결정을 했을까? 어쩌면 시장의 힘 있는 이해관계자(통상 대주주들이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동일한 의사결정을 했을 수도 있다. 시장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이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읍소일 수도 있고, 소위 전문적이라고 하는 회계법인들의 가치평가 자료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가치평가란 늘 미래의 불확실성을 내포하기 때문에 평가자의 주관적인 관점이 내재한다. 절대로 객관적일 수 없다. 투자행위는 투자자의 주관적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 동일한 조건이라고 해서 누구나 동일하게 투자하지 않는다.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개별적으로 다 다르다. 따라서 투자에는 투자자의 철학이 있는 법이다. 투자 철학은 투자자가 어떤 관점에서 어떤 투자를 선택하고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는가 하는 개별 행위들을 규제하고 결정하는 데 기준이 되는 최상위의 가치이다. 국민연금의 투자 철학은 무엇인가? 국민연금은 수익성·안정성·공공성이라는 투자 원칙을 기금운용지침으로 두고 있다. 그러나 이는 투자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일 뿐, 투자 철학은 아니다. 연금은 이미 600조원에 이르는 거대 기금이 되었고,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기금이 아무런 철학도 없이 운용된다면 연금이 국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게 된다. 국민연금은 위험-수익이라는 투자의 일반적인 원칙만으로 운용해서는 안 된다. 가령 대기업 중심의 안전한 투자를 할지, 새로운 먹거리가 될 중소기업을 키우는 데에 좀 더 방점을 찍어 투자할지는 전적으로 어떤 사회적 가치와 철학을 갖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투자, 그 너머를 보라.” 이 슬로건은 국부펀드로서 투자를 잘한다고 알려진 싱가포르 테마섹의 보고서에서 따왔다. 글로벌하게 움직이는 대부분의 국부펀드나 연기금은 다 나름의 투자 철학을 가지고 있다. 자기 이익의 극대화를 위한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과는 다른 ‘사회책임 투자’ ‘임팩트 투자’ 등 사회적 가치를 담고 있다. 국민연금은 온 국민이 가입자이며 한국 경제와 긴밀한 관련이 있는 공공의 자본이지 마냥 내 이익의 극대화만 추구해도 되는 개인들의 돈이 아니다. 늦었지만 국민연금도 이제 본격적으로 사회적·경제적 영향을 어떤 방향으로 만들지, 국민적으로 합의된 가치관에 기초해 철학을 정립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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