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재인 대통령이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을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일은 한마디로 파격이다. 하마평에 오르내리던 여러 전·현직 대법관들을 떠올리다가 뜻밖의 소식을 접하고서 어느새 내 안에 깃든 고정관념의 완고함에 한편 씁쓸해했다. 김 후보자가 지명되고서 며칠 후 후보자 신분으로 강원도 춘천에서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오면서 관용차가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바람에 출입기자들이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렸다는 기사를 접하고서 신선함과 함께 역시 남다른 분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이번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이 파격임은 분명하다. 대법관 경력도 없고, 현 양승태 대법원장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한참이나 아래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래서 사법부의 수장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보수언론과 야당들이 또 딴죽을 건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법원이 총체적인 사법 불신에 처한 그간의 정황을 돌이켜보면 결국 파격이라고 비판하는 근거가 바로 적폐의 근원지였음을 알 수가 있다. 먼저 ‘사법부의 수장’이라는 말 자체가 그릇되었다. 현행 헌법에 최고법원인 대법원을 포함해서 각급 법원들이 언급되고 있지만, 하나의 단일한 조직으로서 ‘사법부’라는 표현은 없다. 또한 여느 다른 나라의 헌법에서도 이런 표현을 찾기가 어렵다. 이는 상명하복이 적용되는 행정부 조직과는 달리 법관들이 각급 법원에 속하기는 하지만 헌법상 요청되는 개별 법관들의 재판상 독립을 특히 고려한 까닭이다. 그런데도 ‘사법부의 독립성’을 명분으로 삼아 법관 인사 등 사법행정을 주관하는 법원행정처를 대법원장 아래에 두고서는 수천명 전국의 법관들을 줄 세우면서 사법 관료화가 진행되었다. 이로써 ‘제왕적 대법원장’의 문제가 크게 불거져왔고, ‘사법부 독립’의 외양에도 불구하고 정작 법원이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그간의 딱한 현실이었다. 경력직 법관의 경우에야 나름의 인사원칙이 필요하다 치더라도 대법원장처럼 정치적으로 임용되는 자리에까지 대법관 경력을 앞세워서 선택의 폭을 좁혀서는 안 된다. 사법개혁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걸맞은 적임자라면 심지어 재야의 법조인에게도 대법원장직을 맡길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존 로버츠 현 미국 연방대법원장은 변호사를 거쳐서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하다가 50살에 연방대법원장에 임명되었다. 안드레아스 포스쿨레 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장은 법학 교수를 하던 중에 46살에 연방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그리고 48살에 소장으로 선출되었다. 그러니 법관 경력 31년의 현직 법원장에다가 내년이면 환갑을 맞이하는 김명수 후보자를 두고서 경력과 나이 및 사법연수원 기수를 문제 삼는 게 얼마나 뜬금없는 일인가. 따지고 보면 그리 큰 파격도 아닌 셈이다. 그간 법원 내부에서는 ‘고등부장’과 같은 고위직 법관이 되기까지 이른바 ‘기수문화’와 함께 서열화로 고착된 여러 자리를 거치도록 하면서, 발탁 승진에 따른 사법 관료화와 함께 능력 있는 법관들이 중도에 그만두는 문제가 불거져왔다. 이러한 가운데 법원의 보수화와 재판의 불공정성 문제가 더욱 심화되었다. 대법원장이 반드시 대법관 출신이어야 한다는 그런 법은 어디에도 없다. 그것이 관행이라면 이 또한 과거 적폐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이제는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제왕적인 수장이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오히려 대법관 경력이 대법원장의 탈권위화에 걸림돌이 되기가 십상이다. 사법개혁에는 또한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모쪼록 이번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에 담긴 여러 파격이 진정한 사법개혁을 위한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칼럼 |
[기고] 김명수는 파격 아니다 / 이종수 |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재인 대통령이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을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일은 한마디로 파격이다. 하마평에 오르내리던 여러 전·현직 대법관들을 떠올리다가 뜻밖의 소식을 접하고서 어느새 내 안에 깃든 고정관념의 완고함에 한편 씁쓸해했다. 김 후보자가 지명되고서 며칠 후 후보자 신분으로 강원도 춘천에서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오면서 관용차가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바람에 출입기자들이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렸다는 기사를 접하고서 신선함과 함께 역시 남다른 분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이번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이 파격임은 분명하다. 대법관 경력도 없고, 현 양승태 대법원장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한참이나 아래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래서 사법부의 수장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보수언론과 야당들이 또 딴죽을 건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법원이 총체적인 사법 불신에 처한 그간의 정황을 돌이켜보면 결국 파격이라고 비판하는 근거가 바로 적폐의 근원지였음을 알 수가 있다. 먼저 ‘사법부의 수장’이라는 말 자체가 그릇되었다. 현행 헌법에 최고법원인 대법원을 포함해서 각급 법원들이 언급되고 있지만, 하나의 단일한 조직으로서 ‘사법부’라는 표현은 없다. 또한 여느 다른 나라의 헌법에서도 이런 표현을 찾기가 어렵다. 이는 상명하복이 적용되는 행정부 조직과는 달리 법관들이 각급 법원에 속하기는 하지만 헌법상 요청되는 개별 법관들의 재판상 독립을 특히 고려한 까닭이다. 그런데도 ‘사법부의 독립성’을 명분으로 삼아 법관 인사 등 사법행정을 주관하는 법원행정처를 대법원장 아래에 두고서는 수천명 전국의 법관들을 줄 세우면서 사법 관료화가 진행되었다. 이로써 ‘제왕적 대법원장’의 문제가 크게 불거져왔고, ‘사법부 독립’의 외양에도 불구하고 정작 법원이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그간의 딱한 현실이었다. 경력직 법관의 경우에야 나름의 인사원칙이 필요하다 치더라도 대법원장처럼 정치적으로 임용되는 자리에까지 대법관 경력을 앞세워서 선택의 폭을 좁혀서는 안 된다. 사법개혁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걸맞은 적임자라면 심지어 재야의 법조인에게도 대법원장직을 맡길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존 로버츠 현 미국 연방대법원장은 변호사를 거쳐서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하다가 50살에 연방대법원장에 임명되었다. 안드레아스 포스쿨레 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장은 법학 교수를 하던 중에 46살에 연방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그리고 48살에 소장으로 선출되었다. 그러니 법관 경력 31년의 현직 법원장에다가 내년이면 환갑을 맞이하는 김명수 후보자를 두고서 경력과 나이 및 사법연수원 기수를 문제 삼는 게 얼마나 뜬금없는 일인가. 따지고 보면 그리 큰 파격도 아닌 셈이다. 그간 법원 내부에서는 ‘고등부장’과 같은 고위직 법관이 되기까지 이른바 ‘기수문화’와 함께 서열화로 고착된 여러 자리를 거치도록 하면서, 발탁 승진에 따른 사법 관료화와 함께 능력 있는 법관들이 중도에 그만두는 문제가 불거져왔다. 이러한 가운데 법원의 보수화와 재판의 불공정성 문제가 더욱 심화되었다. 대법원장이 반드시 대법관 출신이어야 한다는 그런 법은 어디에도 없다. 그것이 관행이라면 이 또한 과거 적폐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이제는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제왕적인 수장이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오히려 대법관 경력이 대법원장의 탈권위화에 걸림돌이 되기가 십상이다. 사법개혁에는 또한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모쪼록 이번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에 담긴 여러 파격이 진정한 사법개혁을 위한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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