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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9.27 18:37 수정 : 2017.09.27 19:07

정경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국장

10살짜리 어린 아들이 묻는다. “엄마, 오늘은 무슨 조예요?” 오늘은 ‘늦조’(2교대 오후조)라고 답하니, “그러면 오늘도 우리 못 만나요? … 엄마, 내일 만나요”라고 인사한다. 어느 날은 아이가 신종 인플루엔자에 걸려 끙끙 앓으면서도 표정엔 미소가 흐른다. 엄마가 일하러 가지 않고 곁에 있어 너무 행복하단다. 바로 16년째 면세점에서 일하고 있는 판매직 여성노동자와 어린 자녀의 대화다.

보통 교대제로 일하는 면세점 노동자들은 1년 내내 정기휴업일이 없다. 개인 휴가를 내더라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매장에서 카톡이나 전화로 일이 계속 오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개점·폐점 시간 때문에 가족과 함께하기도 힘들다. 자녀가 있어도 퇴근 후 자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볼 뿐이다. 건강문제도 심각하다. 고객 응대의 감정노동은 기본, 화장실을 못 가 방광염에 걸리기도 하고 임신한 경우 조산에 유산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면세점 노동자들은 절실히 원한다, 면세점 업체들의 경쟁적인 개점·폐점 시간 연장을 제한해 달라고, 그리고 건강뿐만 아니라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 달라고 말이다.

면세점은 백화점, 대형마트와 같은 대형유통업의 업태 중 하나로, 크게 공항면세점, 시내면세점으로 구분된다. 해당 판매직 노동자 중 여성이 약 90%, 평균연령은 36.3세다. 이는 남성이 여성보다 2배 많은 전체 직종 노동자 비율과 다르게 여성이 집중된 산업의 특수성을 보여준다. 게다가 평균 출산연령이 32.2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노동자 건강권, 모성보호, 일·가정 양립,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법적·제도적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유통산업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은 ‘유통산업발전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면세점은 그 대상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면세점을 포함한 유통업에는 비직영사원이 90%나 차지한다. 간접고용 비정규직과 간접고용 방식의 입점협력업체 직원들, 개인사업자가 이에 해당한다. 대형유통업체와 수직적 구조 속에 있는 협력업체와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과연 영업시간이나 휴업일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까? 문제는 유통산업발전법 담당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면세점 특허 담당인 관세청, 노동 담당인 고용노동부가 면세점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긴 추석연휴가 다가오고 있다. 면세점 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해야 하는 명절이다. 하루라도 안정적으로 휴일을 같이 보내고 싶어하는 가족을 뒤로한 채, 고객을 대하는 친절한 미소와 깔끔한 화장 뒤에서 그녀들의 몸과 마음은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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