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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08 18:25 수정 : 2018.02.08 19:20

고춘식
전 한성여중 교장·전국교육희망네트워크 상임대표

최근 신문에 “무자격 교장에게 아이를 맡기겠습니까?”라는 제목의 광고가 실렸다. 그렇다, ‘무자격’ 교장에게 아이를 맡기면 안 된다. 그런데 왜 그 제목에 동의를 할 수 없는 것일까? 한국교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자격’ 교장이 아니라 ‘무자격증’ 교장이기 때문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증’이라는 한 글자를 빼어버렸다.

2007년 6월 정부는 ‘교장 공모제’ 확대 실시를 발표했다. ‘한국교총’은 대규모 반대 궐기대회까지 열고, 교감과 교장 ‘자격증’을 모두 반납하겠다면서 정부를 압박했다. 정부 방침은 흐지부지됐다. 이번에 다시 교육부가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확대하기 위해 ‘15% 제한 규정’을 없앤다니까, 한국교총이 다시 반대하는 것이다.

한국교총의 광고 문안들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무자격 교장이 몰려온다” “교육감만 잘 만나면 교장이 되는 ‘로또’ 같은 제도” “‘특정 단체 교장 만들기 하이패스’였다. 최근 5년간 수도권 90%, 전국의 71.2% 특정 단체 출신 선발, 서울·광주·전남 등 100% 특정 단체 출신만 선발” “내가 겪은 교장 공모제는 악몽, 학교 운영위원들을 만나면서 노골적인 돈 요구에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200만원씩 5명만 잡으면 된다” ….

‘자격증’ 유무를 절대적인 것으로 강조하는데, 수많은 의문이 생긴다. 그 막중한 자리인 대통령은 물론이고, 교육부 장관, 교육감, 대학의 총장들은 왜 자격증이 없는가? 그렇기에 ‘자격’을 가리기 위해 선거라는 검증 과정이 있고 청문회라는 가혹한 검증 절차도 있다.

나는 교장 공모 과정 때 심사위원으로 몇 차례 참여해 본 경험이 있다. 그 과정은 혹독하다 싶게 엄격하다. 그 학교 구성원들의 검증 과정이 있고, 다시 교육청의 심층 면접 과정을 거치며, 교장의 ‘자격’ 유무를 철저하게 검증을 받는다. 그러기에 공모 교장들이 운영하는 학교는 대부분 구성원들의 만족도가 훨씬 높다. 학교가 아주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학생들을 의미 있게 성장시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교총의 광고는 지난 5년간 서울 지역의 내부형 공모 교장은 100%가 특정 단체 출신이라고 했다. 100%를 인정하고 교총에 묻겠다. 5년 동안 겨우 10명 정도이다. 그것을 100%라는 말로 자극하고 선동을 한다. 또 교장 공모제에 81%가 반대한다고 했는데 그 근거는 뭔가? 지난 1월30일 발표된 ‘좋은교사모임’의 설문에서는 현장 교사들의 80.3%가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찬성했다고 했다.

아무나 교장이 되어서는 안 되지만, 교사라면 누구나 교장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자격증’에 갇힌 교장, 그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과정’에 갇힌 교장만으로는 우리 교육의 현실을 바꿀 수 없다. ‘자격증’이 교육 권력의 ‘기득권 증서’가 되고 ‘대물림’처럼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지는 오래됐다.

‘15% 제한’을 갑자기 허무는 것은 자격증 제도를 한번에 무너뜨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에 강한 저항이 있을 수 있다. 로드맵을 만들어 점차 확대해 가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다. 교장은 ‘자격증’이 아니라 진정한 ‘자격’을 갖춘 분이어야 한다.

공립학교의 경우 교감이나 교장이 주는 점수를 바탕으로 교육청이 정하여 공급하는 교장이 아니라, 그 학교의 구성원들이 요구하고 학교 현장이 필요한 교장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갈수록 절실하다. 그것은 학교 구성원들의 주인 의식을 높이고 학교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요, 교육의 참다운 미래를 준비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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