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지난 14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한국지엠 경영위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최 위원장은 한국지엠 수익성 악화가 매출 감소로 발생했고, 당장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신차 배정이 경영 정상화의 관건이라고 주장하며, 정부는 신차 배정을 조건으로 한국지엠에 신규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한국지엠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금융위원회 감독을 받는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정부 지원의 가이드라인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최 위원장의 원인 진단과 해결 방향 모두 잘못됐다. 첫째, 한국지엠 위기는 매출이 증가해도 해결되지 않는다. 한국지엠의 재무위기는 글로벌 지엠에서 한국이 분담하는 비용은 크고, 글로벌 지엠에 한국이 수출하는 차량 가격은 지나치게 낮아서 발생한 것이다. 한해 6천억원에 달하는 연구개발비, 1천억원이 넘는 회계, 구매, 전산 등 본사 자원 이용비는 한국 내 생산보다 본사를 위해 사용된다. 한국지엠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해보면, 2012~16년 2조원의 누적 적자 중 1조5천억원이 본사 비용을 분담하다 발생했다. 이런 구조가 이어지면, 적자를 벗어나기 어렵다. 더구나 한국지엠에 배정된다는 신차들은 예전보다도 소형차에 더 집중돼 있는데, 판매가격이 낮은 차들은 조금만 비용구조가 틀어져도 곧바로 적자 생산을 하게 된다. 자칫 신차로 적자가 더 커질 수도 있다. 둘째, 지엠이 한국에 선심 쓰듯 투입한다는 신차는 어차피 한국에서 생산될 예정이었다. 한국 말고는 글로벌 지엠에서 생산할 곳이 없어서다. 부평1공장에 투입된다는 트랙스 후속 차량은 현재 멕시코에서도 생산 가능하지만, 멕시코 공장들은 북미용 픽업트럭과 대형 스포츠실용차(SUV) 생산에도 여력이 없다. 연 20만대 가까이 트랙스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세계에서 부평1공장뿐이다. 창원에서 생산할 것이라는 신형 콤팩트 에스유브이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지엠에서 이런 차종 생산이 가능한 곳은 창원과 인도뿐이었는데, 인도는 몇 년 전 공장을 폐쇄했다. 정부가 지원을 하든 말든, 만약 지엠이 실제로 두 차종을 생산할 계획이 있었다면 그건 한국에서만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신차와 관련해 헛심을 쓰고 있는 셈이다. 셋째, 한국지엠이 엉망이 된 데는 산업은행 역할이 아주 컸다. 사실 산업은행이 지엠과 협상을 한다는 발상부터가 난센스다. 예로 산업은행이 2010년 지엠과 체결했다는 ‘지엠대우 장기발전 기본합의서’는 한국지엠이 대우차 시절 개발된 차에 대해서만 지식재산권을 갖도록 했다는데, 한국지엠이 만드는 차의 플랫폼은 2010년께부터 유럽 오펠과 미국 지엠의 것으로 모두 교체됐다. 지엠은 이즈음부터 오히려 대우차 시절 플랫폼을 버렸다. 산업은행의 합의서는 헛발질을 넘어 자살골에 가까웠다. 이런 산업은행이 지엠을 실사하고 지원 협상을 한다 하니, 앞으로 상황이 뻔하게 예상된다. 현재 한국지엠에는 단기적 매출 증대가 아니라 장기적 생존전략이 절실하다. 한국지엠이 연구개발하고 생산한 차들이 한국의 자산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부 지원금이 투입되면 디트로이트의 뒷주머니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해 온전히 사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최 위원장의 발언을 보건대, 이미 한국의 관계당국은 이 위기만 피해보자고 마음을 정한 것 같다. 지금까지는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 행보에서 이전 정부들과 차이를 읽을 수 없다. 부디 문재인 정부의 개혁 정신을 한국지엠 사태 해결에서도 보여주기를 바란다.
칼럼 |
[기고] 지엠 해법, 헛짚은 금융위 / 한지원 |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지난 14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한국지엠 경영위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최 위원장은 한국지엠 수익성 악화가 매출 감소로 발생했고, 당장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신차 배정이 경영 정상화의 관건이라고 주장하며, 정부는 신차 배정을 조건으로 한국지엠에 신규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한국지엠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금융위원회 감독을 받는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정부 지원의 가이드라인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최 위원장의 원인 진단과 해결 방향 모두 잘못됐다. 첫째, 한국지엠 위기는 매출이 증가해도 해결되지 않는다. 한국지엠의 재무위기는 글로벌 지엠에서 한국이 분담하는 비용은 크고, 글로벌 지엠에 한국이 수출하는 차량 가격은 지나치게 낮아서 발생한 것이다. 한해 6천억원에 달하는 연구개발비, 1천억원이 넘는 회계, 구매, 전산 등 본사 자원 이용비는 한국 내 생산보다 본사를 위해 사용된다. 한국지엠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해보면, 2012~16년 2조원의 누적 적자 중 1조5천억원이 본사 비용을 분담하다 발생했다. 이런 구조가 이어지면, 적자를 벗어나기 어렵다. 더구나 한국지엠에 배정된다는 신차들은 예전보다도 소형차에 더 집중돼 있는데, 판매가격이 낮은 차들은 조금만 비용구조가 틀어져도 곧바로 적자 생산을 하게 된다. 자칫 신차로 적자가 더 커질 수도 있다. 둘째, 지엠이 한국에 선심 쓰듯 투입한다는 신차는 어차피 한국에서 생산될 예정이었다. 한국 말고는 글로벌 지엠에서 생산할 곳이 없어서다. 부평1공장에 투입된다는 트랙스 후속 차량은 현재 멕시코에서도 생산 가능하지만, 멕시코 공장들은 북미용 픽업트럭과 대형 스포츠실용차(SUV) 생산에도 여력이 없다. 연 20만대 가까이 트랙스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세계에서 부평1공장뿐이다. 창원에서 생산할 것이라는 신형 콤팩트 에스유브이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지엠에서 이런 차종 생산이 가능한 곳은 창원과 인도뿐이었는데, 인도는 몇 년 전 공장을 폐쇄했다. 정부가 지원을 하든 말든, 만약 지엠이 실제로 두 차종을 생산할 계획이 있었다면 그건 한국에서만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신차와 관련해 헛심을 쓰고 있는 셈이다. 셋째, 한국지엠이 엉망이 된 데는 산업은행 역할이 아주 컸다. 사실 산업은행이 지엠과 협상을 한다는 발상부터가 난센스다. 예로 산업은행이 2010년 지엠과 체결했다는 ‘지엠대우 장기발전 기본합의서’는 한국지엠이 대우차 시절 개발된 차에 대해서만 지식재산권을 갖도록 했다는데, 한국지엠이 만드는 차의 플랫폼은 2010년께부터 유럽 오펠과 미국 지엠의 것으로 모두 교체됐다. 지엠은 이즈음부터 오히려 대우차 시절 플랫폼을 버렸다. 산업은행의 합의서는 헛발질을 넘어 자살골에 가까웠다. 이런 산업은행이 지엠을 실사하고 지원 협상을 한다 하니, 앞으로 상황이 뻔하게 예상된다. 현재 한국지엠에는 단기적 매출 증대가 아니라 장기적 생존전략이 절실하다. 한국지엠이 연구개발하고 생산한 차들이 한국의 자산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부 지원금이 투입되면 디트로이트의 뒷주머니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해 온전히 사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최 위원장의 발언을 보건대, 이미 한국의 관계당국은 이 위기만 피해보자고 마음을 정한 것 같다. 지금까지는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 행보에서 이전 정부들과 차이를 읽을 수 없다. 부디 문재인 정부의 개혁 정신을 한국지엠 사태 해결에서도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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