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대표 4월2일 전국에서 모인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선포할 것을 요구하며 1박2일 집중결의대회를 할 예정입니다. 그 자리에서 발달장애 부모 200여 명이 우리의 절박한 마음과 결연한 의지를 모아 삭발을 하려고 합니다. 왜 더 대화해보고 좀 더 기다려보지도 않고 머리부터 미는 거냐 하고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희는 많은 시간 대화했고 기다렸고, 앞으로도 그리할 것입니다만, 지금 저희는 대화하고 기다리는 우리 마음이 이렇게 뜨겁고 간절하다는 걸 말씀드리려는 것입니다. 2년 전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고 할 때만 해도 우리는 이 법만 있으면 우리 자녀들이 우리가 없는 세상에서도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그 실효성 있는 후속조치는 자꾸만 미뤄지고 있습니다. 이전 정권에서 저희는 기대조차 접어야 하는 절망의 시간을 보냈습니다만, 이번 정권에서는 그렇지 않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숱한 촛불의 염원이 모여 거대한 힘이 되었듯, 저희도 2018년 새봄 세상의 한쪽에 촛불의 영역을 만드는 심정으로 1박2일 행동에 들어갑니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을 들여다보신 적이 있는지요? 일상의 버거움은 물론, 앞날에 대한 두려움이 몸과 마음을 무참히 짓눌러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이 스스로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낮시간 데이(day)서비스, 직업, 주거, 소득보장 등의 정책들이 장애를 가진 이 모두에게 보편적 서비스로 이루어지려면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선언해야 합니다. 한 가족이 짊어져야 하는 고통스러운 짐이 아니라 한 사회 속에서 품어야 할 일이라는 걸, 국가의 책무라는 걸 선포해야지요.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 그리하고 있지 않습니까? 삭발을 쉽게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망설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어미가 너무 처절하게 싸우면 사랑하는 우리 아이가 꿈에서라도 미안해할까 봐, 그게 싫어서 망설였습니다. 살면서 미안해할 그 무슨 잘못도 세상에 지은 적이 없는 우리 아이가 어미의 삭발에 미안해하면 안 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너를 위해서 머리를 밀지만, 너는 결코 미안해할 일이 아니다 하고 말하려고 합니다.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아이의 삶을 사회에 떠넘기자는 거냐, 라고 물으실 분은 아마도 없겠지만, 아이를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홀가분하게 살아가는 인생 같은 것을 꿈에도 그려본 적이 없습니다. 저희는 다만 최선을 다해, 죽을힘을 다해 살아가겠습니다. 시민의 의무도 다할 겁니다. 용감하게 살아갈 것이지만, 스스로 자기 삶을 책임지기 버거운 우리 아이의 삶을 이제 사회가 함께 책임지자고 호소합니다. 우리 애들을 생명의 존엄을 유지하며 살게 하려고, 냉정한 세상에 홀로 남겨두지 않으려고 외치는 호소입니다. 어미 없이 일상을 이어갈 수 없는 아이를 두고 있기에, 저희는 우리의 모든 것을 걸고서, 우리를 완전히 버려가며 외칠 수는 없습니다. 삭발 말고 저희의 결연한 뜻을 보일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해서, 삭발이란 저희에게는 가장 숭고한 저항법, 가장 강렬한 몸짓입니다. 삭발하지 않아도 외칠 수 있고, 머리를 깎지 않아도 들어주겠지만, 머리를 민 200명의 어미, 아비가 돌아다니면 세상은 한 번쯤 더 물어봐 주겠지요. 머리가 봐줄 만큼 자랄 때까지 저희는 매일 자신을 깨우고 세상에 말을 걸겠습니다. 이런 뜻에서 저희는 4월2일, 장애를 갖고 태어난 모든 우리 아이의 생을 위해, 그리고 우리 사회를 위해 보잘것없는 어미의 머리카락을 바치려고 합니다.
칼럼 |
[기고] 삭발의 변 / 김남연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대표 4월2일 전국에서 모인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선포할 것을 요구하며 1박2일 집중결의대회를 할 예정입니다. 그 자리에서 발달장애 부모 200여 명이 우리의 절박한 마음과 결연한 의지를 모아 삭발을 하려고 합니다. 왜 더 대화해보고 좀 더 기다려보지도 않고 머리부터 미는 거냐 하고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희는 많은 시간 대화했고 기다렸고, 앞으로도 그리할 것입니다만, 지금 저희는 대화하고 기다리는 우리 마음이 이렇게 뜨겁고 간절하다는 걸 말씀드리려는 것입니다. 2년 전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고 할 때만 해도 우리는 이 법만 있으면 우리 자녀들이 우리가 없는 세상에서도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그 실효성 있는 후속조치는 자꾸만 미뤄지고 있습니다. 이전 정권에서 저희는 기대조차 접어야 하는 절망의 시간을 보냈습니다만, 이번 정권에서는 그렇지 않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숱한 촛불의 염원이 모여 거대한 힘이 되었듯, 저희도 2018년 새봄 세상의 한쪽에 촛불의 영역을 만드는 심정으로 1박2일 행동에 들어갑니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을 들여다보신 적이 있는지요? 일상의 버거움은 물론, 앞날에 대한 두려움이 몸과 마음을 무참히 짓눌러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이 스스로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낮시간 데이(day)서비스, 직업, 주거, 소득보장 등의 정책들이 장애를 가진 이 모두에게 보편적 서비스로 이루어지려면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선언해야 합니다. 한 가족이 짊어져야 하는 고통스러운 짐이 아니라 한 사회 속에서 품어야 할 일이라는 걸, 국가의 책무라는 걸 선포해야지요.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 그리하고 있지 않습니까? 삭발을 쉽게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망설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어미가 너무 처절하게 싸우면 사랑하는 우리 아이가 꿈에서라도 미안해할까 봐, 그게 싫어서 망설였습니다. 살면서 미안해할 그 무슨 잘못도 세상에 지은 적이 없는 우리 아이가 어미의 삭발에 미안해하면 안 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너를 위해서 머리를 밀지만, 너는 결코 미안해할 일이 아니다 하고 말하려고 합니다.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아이의 삶을 사회에 떠넘기자는 거냐, 라고 물으실 분은 아마도 없겠지만, 아이를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홀가분하게 살아가는 인생 같은 것을 꿈에도 그려본 적이 없습니다. 저희는 다만 최선을 다해, 죽을힘을 다해 살아가겠습니다. 시민의 의무도 다할 겁니다. 용감하게 살아갈 것이지만, 스스로 자기 삶을 책임지기 버거운 우리 아이의 삶을 이제 사회가 함께 책임지자고 호소합니다. 우리 애들을 생명의 존엄을 유지하며 살게 하려고, 냉정한 세상에 홀로 남겨두지 않으려고 외치는 호소입니다. 어미 없이 일상을 이어갈 수 없는 아이를 두고 있기에, 저희는 우리의 모든 것을 걸고서, 우리를 완전히 버려가며 외칠 수는 없습니다. 삭발 말고 저희의 결연한 뜻을 보일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해서, 삭발이란 저희에게는 가장 숭고한 저항법, 가장 강렬한 몸짓입니다. 삭발하지 않아도 외칠 수 있고, 머리를 깎지 않아도 들어주겠지만, 머리를 민 200명의 어미, 아비가 돌아다니면 세상은 한 번쯤 더 물어봐 주겠지요. 머리가 봐줄 만큼 자랄 때까지 저희는 매일 자신을 깨우고 세상에 말을 걸겠습니다. 이런 뜻에서 저희는 4월2일, 장애를 갖고 태어난 모든 우리 아이의 생을 위해, 그리고 우리 사회를 위해 보잘것없는 어미의 머리카락을 바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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