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인물이 역경을 극복해내는 장면은 다양한 개념으로 해석된다. 그중 하나가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다. 베트남 전쟁 당시 8년간 포로생활을 한 미국 해군 장교 이름에서 따온 용어다. 스톡데일은 현실은 냉정하고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는 낙관적으로 보며 지옥 같은 포로생활을 견뎌냈다. 무조건적인 낙관론과는 구분되는 이 역설은, 특히 어려움을 타개할 현실적 대안을 찾고자 하는 상황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쩌면 균형발전에도 스톡데일 패러독스가 적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균형발전정책은 2003년 본격 추진됐다. 이전까지는 사회간접자본 위주였던 국토개발이 거대한 변곡점을 맞았다. 정부는 분산, 분권, 분업의 기조에 따라 100대 국정과제 중 21개를 균형발전 이슈로 채웠다. 전국에 10개 혁신도시가 세워지고, 153개 공공기관이 이전을 시작했다. 정부 부처가 앞장서 세종시에 새로운 터를 닦았다. 2009년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서 균형발전의 가치가 배제된 이후, 각 지역은 광역경제권과 같은 공간적 접근을 통해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든다. 지역경쟁력 강화 의도는 나쁘지 않았지만 지자체 간 간극은 넓어졌고, 균형발전은 이전만큼의 강한 동력을 얻지 못했다. 결과는 이렇다. 수도권 집중이 오히려 과열되면서, 전 국토의 12%에 인구 절반이 모여 사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나라가 됐다. 수도권의 균형불감증은 큰 문제다. 수십년간 심화된 일극 집중 탓에, 이제는 불균형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불편한지에조차 둔감해진 듯하다. 30평대 아파트에 사는 네 식구가 세평 남짓한 한방에서만 생활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이래서야 수도권의 질적 발전과 역내 불균형 해결을 이뤄낼 수 있겠는가. 여러 제약 속에서도 가능한 일부터 진행해야 했다. 지난 2월 정기국회에서 여야는 재석인원 191명 중 181명의 찬성으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균형발전의 가치를 복원시켰다. 정부는 이 개정안을 공포하고, 그 시작으로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새 현판을 달았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균형발전 비전으로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을 천명했다. 지난 정부의 균형발전정책을 포용해 공(功)은 취하고 과(過)는 피하고자 했다. 대통령 개헌안에도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지방정부 상호간 ‘적정한 재정조정을 시행’하는 것을 명문화했다. 국민의 선택만 받는다면 균형발전 차원에서 획기적인 진전이 아닐 수 없다. 정부 부처와 지방정부, 지역 혁신가 등 균형발전 당사자들 사이의 소통과 협의, 합의는 더 나은 균형발전을 위한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국가균형발전은 하나의 파이를 놓고 반목해야 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지역 구성원의 공동 이익을 추구하며 저성장에 빠진 대한민국의 활로를 여는 핵심 열쇠다. 각계각층의 이해관계자들이 분권, 포용, 혁신의 가치 아래 지역 주도의 자립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뜻을 모아야 한다. 균형발전상생회의나 지역혁신협의회 등이 성장의 촉진자 역할을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에게는 강한 회복탄력성과 전환능력, 역동성이 있다. 환경 변화에 적극 적응하는 능력은 이미 우리 국민의 디엔에이(DNA)가 됐다. 냉철한 현실인식과 합리적 낙관주의, 실천적 태도와 소통으로 냉혹한 포로생활을 극복해낸 스톡데일의 역설이, 균형이 무너진 대한민국의 현실과 그 극복과정을 설명하게 될 날을 기대한다.
칼럼 |
[기고] 국가균형발전의 새 출발 / 송재호 |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인물이 역경을 극복해내는 장면은 다양한 개념으로 해석된다. 그중 하나가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다. 베트남 전쟁 당시 8년간 포로생활을 한 미국 해군 장교 이름에서 따온 용어다. 스톡데일은 현실은 냉정하고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는 낙관적으로 보며 지옥 같은 포로생활을 견뎌냈다. 무조건적인 낙관론과는 구분되는 이 역설은, 특히 어려움을 타개할 현실적 대안을 찾고자 하는 상황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쩌면 균형발전에도 스톡데일 패러독스가 적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균형발전정책은 2003년 본격 추진됐다. 이전까지는 사회간접자본 위주였던 국토개발이 거대한 변곡점을 맞았다. 정부는 분산, 분권, 분업의 기조에 따라 100대 국정과제 중 21개를 균형발전 이슈로 채웠다. 전국에 10개 혁신도시가 세워지고, 153개 공공기관이 이전을 시작했다. 정부 부처가 앞장서 세종시에 새로운 터를 닦았다. 2009년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서 균형발전의 가치가 배제된 이후, 각 지역은 광역경제권과 같은 공간적 접근을 통해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든다. 지역경쟁력 강화 의도는 나쁘지 않았지만 지자체 간 간극은 넓어졌고, 균형발전은 이전만큼의 강한 동력을 얻지 못했다. 결과는 이렇다. 수도권 집중이 오히려 과열되면서, 전 국토의 12%에 인구 절반이 모여 사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나라가 됐다. 수도권의 균형불감증은 큰 문제다. 수십년간 심화된 일극 집중 탓에, 이제는 불균형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불편한지에조차 둔감해진 듯하다. 30평대 아파트에 사는 네 식구가 세평 남짓한 한방에서만 생활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이래서야 수도권의 질적 발전과 역내 불균형 해결을 이뤄낼 수 있겠는가. 여러 제약 속에서도 가능한 일부터 진행해야 했다. 지난 2월 정기국회에서 여야는 재석인원 191명 중 181명의 찬성으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균형발전의 가치를 복원시켰다. 정부는 이 개정안을 공포하고, 그 시작으로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새 현판을 달았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균형발전 비전으로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을 천명했다. 지난 정부의 균형발전정책을 포용해 공(功)은 취하고 과(過)는 피하고자 했다. 대통령 개헌안에도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지방정부 상호간 ‘적정한 재정조정을 시행’하는 것을 명문화했다. 국민의 선택만 받는다면 균형발전 차원에서 획기적인 진전이 아닐 수 없다. 정부 부처와 지방정부, 지역 혁신가 등 균형발전 당사자들 사이의 소통과 협의, 합의는 더 나은 균형발전을 위한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국가균형발전은 하나의 파이를 놓고 반목해야 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지역 구성원의 공동 이익을 추구하며 저성장에 빠진 대한민국의 활로를 여는 핵심 열쇠다. 각계각층의 이해관계자들이 분권, 포용, 혁신의 가치 아래 지역 주도의 자립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뜻을 모아야 한다. 균형발전상생회의나 지역혁신협의회 등이 성장의 촉진자 역할을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에게는 강한 회복탄력성과 전환능력, 역동성이 있다. 환경 변화에 적극 적응하는 능력은 이미 우리 국민의 디엔에이(DNA)가 됐다. 냉철한 현실인식과 합리적 낙관주의, 실천적 태도와 소통으로 냉혹한 포로생활을 극복해낸 스톡데일의 역설이, 균형이 무너진 대한민국의 현실과 그 극복과정을 설명하게 될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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